
특히 사회적 기반인 '물'이 포함된 청정계곡 관광지 특성상 두 가지 명제에 봉착하게 된다.
첫째 시장성과 환경보호 모두 중요시 하는 과제, 둘째 오버투어리즘에 대해 지역주민, 이해당사자, 관광객이 얽혀있는 사회적 이슈이다.
이렇듯 환경보호문제는 사회적인 이해관계로 얽혀있기 때문에 지방정부로서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 강력한 법과 규제 적용이 우선이겠지만, 사회적 흐름을 감안하면 관광경영철학과 사회교환이론을 통섭할 수 있는 전략적 리더십 방식으로 접근하는 편이 훨씬 좋아 보인다.
장편소설 '완장(윤흥길 원작)'은 저수지 이권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완장의 위력을 풍자한 수작이다. 이 소설을 영상화한 드라마 '완장'이 한 때 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적이 있다.
주인공 임종술은 정부로부터 저수지 사용수익권을 받은 사장에게서 월급 5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수질 감시원 자리를 제안받는다. "그까짓 월급 5만원 받고 감시원이나 하라고?"라며 큰소리치자 사장이 완장을 제안한다. '완장?' 평생 완장 찬 권력자에게 갑질 당하면서 살아온 걸 생각하니 권력의 유혹이 다가왔다. 사장이 건네준 '감시원' 완장 대신 자비를 들여서 빨간 줄 세 개가 들어간 '감독' 완장을 차고 의기양양하게 마을을 주름잡는다. "오늘부터 저수지는 내꺼여! 모두 내 손 안에 있단 말이여!"
그는 1년 내내 저수지 수변지역을 돌아다니면서 환경을 훼손하는 사람들에게 폭력까지 행사하며 쫓아냈다. 이론적인 지식을 채우기 위해 수질환경에 관한 법률공부까지 한다. 급기야 완장을 채워준 사장 일행이 낚시관광을 하러 온 것을 보고 완장의 위력을 발휘한다. "당신들은 공유수면관리에 관한 법률도 모르시오?" 권력의 상징인 완장에다가 법률적 이론까지 들이대는 주인공 앞에 권력을 부여해 준 사장조차 꼼짝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완장'으로부터 나오는 권력은 과연 어떻게 발현되는 것일까?
인간은 교환행위에 앞서 혜택과 비용을 계산해 보고 그 결과에 따라 행동한다. 즉, 투자한 비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많다고 생각하면 교환행위를 개시한다.
이 사회교환이론은 소위 '밑지는 장사는 없다'는 진리를 증명해 낸 학설이다. 이론에 의하면, 인간은 지속적인 교환행위(Give & Take)를 통하여 사회적 관계를 유지한다. 이때 투자한 비용은 금전뿐만이 아니라 시간, 노력을 포함하며 혜택은 꼭 물질뿐만이 아니라 칭찬, 심리적 우월성, 정신적 쾌감 등 비물질적이라도 효과를 볼 수 있다.
교환행위의 당사자 간 직접 접촉이 없는 개인과 지방정부 간의 교환관계는 더욱 정교하게 이루어진다. 특히, 호수나 청정계곡 등 소유권이 불명확한 공유재의 경우 과거의 관행, 암묵적 약속 등 비문서화된 관계에 의해 유지된다.
지방정부의 입장에서 '물'을 자원으로 조성된 생태관광지 환경보호는 매우 무거운 과제가 될 것이다.
법과 규정에 의한 통제방식을 무조건 따르다 보면 효과가 반감하기 때문이다. 관광경영학적 틀에서 접근하면 관광지 조성의 가장 우선적인 전제조건은 '지역주민과의 갈등해소'이다.
특히, 물과 계곡 같은 전통적인 공유재의 환경보호문제는 주민주도형 자율정화 방안이 더 효과적이다.
따라서 지방정부의 직접적인 관여보다 지역주민이나 이해당사자에게 '완장'이라는 합리적 권한을 부여하는 전략적 수단을 고려할 수 있다.
조심스러운 제안이지만, 생태관광지 주변지역 주민과 이해당사자들의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완장의 사회학적 의미를 통섭하는 전략적 리더십을 발휘해 주었으면 좋겠다.
/이상용 가평군전략사업팀장·경영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