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한창 시끄러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보면 과연 이것이 공의적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사회 전반의 공동 이해(利害)와 총의로 개정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 아니라 어느 특정계층이나 권력을 가진 특정정당의 손에 의해 주도된다면 그들에게는 정의가 될 수 있을지라도 공의라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 전반 공동이해·총의로 대두된 게 아닌
특정계층 정당 손에 주도 된다면 公義 아냐
개정안이 발표되자 언론단체와 기자협회는 물론 국제언론단체도 문제점을 지적하고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 법의 개정발의는 16회나 있었다. 정치가 개입되어서는 안 될 언론을 다루는 법률안이 정치적 중립이 보장된 정부에서 발의한 것이 아니고 정치인으로서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200명에 가까운 발의 의원들의 정당 편중성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또 입법예고에 의견을 단 80건이 한결같이 반대하였다는 사실로도 이는 만인을 위한 정의로움과는 거리가 멀다는 판단이다. 즉 정치적 실익에 의해 공기인 언론을 통제하겠다는 수단으로 이해된다는 것이다.
최근 세계신문협회(WAN), 국제언론인협회(IPI)에 이어 국경없는기자회(RSF)까지 나서 우려를 나타냈다.
우선 언론 보도로 피해가 발생했을 때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 청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민법상 배상이 아니라 형법상 처벌에 가까워 기자에게 위협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또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인 가짜뉴스가 무엇인지, 가짜 뉴스라고 판단할 구체적 기준은 무엇인지, 악의적인 의도가 있었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 등에 대해 정의가 돼 있지 않기 때문에 사안 발생시 판사의 결정에 거의 모든 것을 맡기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지적하였다. 또 한 가지 긴박한 위험이나 급박한 사정이 없는데 자유와 책임이라는 중요한 언론을 다루는 법의 개정안 통과를 왜 이리 서두르는가 하는 점이다.
그동안 예를 보아 산적한 민생현안의 법을 처리하는데도 이렇게 서둘렀는지 묻고 싶다. 야당과 시민단체의 우려가 빗발치는데도 여당이 개정안 통과를 서두르는 이유 역시 RSF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라고 한다.
인천·경기의 3개 언론단체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예정대로 국회를 통과한다면 결국 살아남는 것은 정권의 나팔수 역할에 충실한 어용 언론뿐"이라고까지 표현하였다. 언론의 책임을 확보하는 방안은 현행법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며 더 필요하다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국내외 언론단체·기자협회도 철회 요구실정
허위보도 피해구제 꼭 필요하나 합의가 먼저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위탁된 것임을 알아야 한다. 영원할 수도 없고 영원하지도 않다. 권력이 오만해질 때는 스스로 힘이 있다고 과대평가할 때이며 무엇이든 과하면 오류가 많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언론의 자유라 하였고 대통령도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둥이라고 하였다.
사마천은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물을 막는 것보다 어렵다고 하였다. 언론의 허위, 왜곡 보도에 대한 피해구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 기준이 모호하고 자의적인 소지가 있다면 권력에 의한 언론탄압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권력이 겸손해야 진실되고 정확한 언론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맞다면 여당은 힘으로 밀어붙이려 하지 말고 지혜로운 판단을 내려주기 바란다.
/신원철 (사)인천연수원로모임 이사장·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