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간부가 야당에게 여권 인사들의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 사건이 한 인터넷 매체에 보도된지 열흘이 넘었지만 진실 규명은 요원해 보인다. 제보자가 밝혀졌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고발장이 제보자에게 전달된 통로로 지목되는 국민의힘 김웅 의원의 해명과 발언들이 오락가락하고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데다가 고발장을 쓴 인물로 보도된 손준성 검사는 고발장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제보자가 박지원 국정원장을 만난 사실을 두고 여권의 정치공작이라고 공세에 나섰다. 두 사람이 만난 시점은 고발장이 담긴 텔레그램이 인터넷 매체에 전달된 시점인 7월과 의혹 사건이 보도된 지난 9월 2일 사이인 8월 11일이다. 지난 1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김웅 의원실을 압수수색 한 것도 절차적 문제로 여야 공방의 쟁점으로 등장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김웅 의원의 기자회견이 있었으나 더불어민주당은 윤 전 총장의 기자회견 태도를 문제삼는 것은 물론 윤 전 총장의 지시 또는 묵인 쪽으로 사건을 몰아가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여당의 정치공작이라는 입장이다. 이렇듯 증거와 논거보다는 각자의 주장만 난무하고 각종 추정과 예단만 있을 뿐이다.

국회 국정조사나 국정감사, 또는 강제수사 등 할 수 있는 수단은 모두 동원해서라도 이 사건의 진상을 신속하게 규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음모론과 정치공작설이 뒤엉키고 사건의 본질과는 무관한 곁가지 의혹들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실체적 진실 규명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총선 당시 국민의힘 법률지원단장인 정점식 의원이 고발장 초안을 보좌진으로부터 넘겨받아 당무감사실에 전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나 보좌진은 어디로부터 받았는지 모른다는 입장이다. 제보자는 김웅으로부터 고발장을 전달받으면서 '반드시 대검 민원실에 접수하라'는 얘기를 전해들었다고 했으나, 김웅 의원은 '전달했을 수도 있다'고 하는 등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말이 일치하지 않는다.

검찰과 공수처는 수사할 수 있는 혐의가 다르다. 공수처가 수사를 개시했지만 대검은 아직 수사에 들어가지 않았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검찰의 수사 대상이다. 공수처가 수사를 시작했으나 검찰도 필요하다면 수사에 나서야 한다. 수사기관은 절차적 정당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신속하게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기 바란다. 정당들도 가정법을 전제로 한 추측성 공격은 자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