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민간어린이집서 상습 학대
서호공원서 ‘엄벌 탄원서’ 받아
“알아차립시다” 캠페인도 전개
피해아동 연계치료 방향 강구도
수원 민간어린이집 아동학대(5월13일자 7면 보도 등) 피해 학부모들이 거리로 나왔다. 알아채기 힘들뿐 아니라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저연령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알아차립시다”라고 말하는 학부모들의 외침 뒤에는 왜 조금 더 빨리 알아차리지 못했을까란 자책이 묻어있다.
‘지켜줄게 너희를’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어깨띠를 둘러맨 엄마들은 최근 서호공원에서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아동학대 엄벌을 위한 탄원서를 받았다.
현장에서 만난 학부모 A씨는 “학부모들 중에도 아동학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경우가 많아서, 탄원서를 받는 걸 넘어서 학대의 징후를 빠르게 알아차리자는 캠페인을 동시에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원시의 민간어린이집 보육교사 2명과 원장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보육교사들은 자신들이 맡은 만 3세 학급 아동 13명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40대 보육교사의 학대 행위가 반복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증거가 확보됐고 도주 우려가 없다”며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 B씨는 자녀가 학대를 당한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아이가 어린이집 등원 차량을 타는 걸 극도로 싫어했지만, 단순히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서 나오는 반응이라고만 생각했다. 앞서 징후를 보인 아이들도 있었다. 학부모 C씨는 자녀가 지난해 가을 즈음부터 수면장애가 생기고 점심을 먹지 않으려 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불안함을 느낄 땐 헛기침을 하는 틱 증세가 보였고,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지”라며 큰 소리를 내기도 했다.
C씨는 “아이가 ‘선생님이 나를 미워해’라는 말을 계속 했는데, CCTV를 보니 아이의 어깨를 잡아 들어올린 상태에서 다시 한쪽 다리를 집어 들어 거꾸로 든 채로 교실 밖으로 나가는 모습도 있었다”고 했다.
학부모들이 아동학대 정황을 확인한 지난 1월 이후 교사와 원장을 경찰에 고소하고 혐의가 확인돼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기까지 학부모들은 연차를 몰아서 사용하고, 또 휴직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맡길 기관과 치료받을 병원을 수소문해야 했다.
지자체에서 아동학대 여부를 판단하는 ‘사례판단회의’ 결과가 나와 이를 토대로 한 심리지원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시차가 발생했다. 뒤늦게 찾아나선 병원은 대부분 예약이 다 찼고, 나이가 어려 의사표현이 쉽지 않다며 거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김희진 민변 아동청소년위원회 변호사는 “사례판단이 늦어지는 건 지자체가 담당하는 아동학대 사건 수는 많은데 인력은 부족한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라며 “기존에 응급지원이 들어간 상황이었다면, 학대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연계치료를 지원할 수 있는 방향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