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말 수원 어린이집서 사건 발생

초기 응급 심리치료 제공 5차례뿐

지난달 사례회의, 2~3개월간 공백

악화 우려 부모 자비로 병원 찾아

아동학대 의혹을 받은 수원시 한 어린이집에 다니던 A씨의 자녀(3세)가 지난 3월25일 받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진단서. /A씨 제공
아동학대 의혹을 받은 수원시 한 어린이집에 다니던 A씨의 자녀(3세)가 지난 3월25일 받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진단서. /A씨 제공

아동학대 발생과 지자체 치료 지원 사이에 발생하는 시차로 자녀의 트라우마를 우려하는 학부모들은 자비를 들여 심리치료를 받는 실정이다.

지자체는 사례판단 확정 전까지 지원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뒷북 행정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2일 수원시 등에 따르면 수원시는 관내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1월22일자 7면 보도)에 대해 지난달 11일과 25일 두 차례 ‘사례판단회의’를 열고 10명이 피해 아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현재 다른 3명의 아동에 대한 절차도 진행 중이다. 사례판단회의는 수원시와 경찰(학대예방경찰관·APO), 수원아동보호전문기관 등 3개 기관이 학대 판단 여부를 확인하고, 보호 계획을 수립해 관리하는 제도다.

문제는 지자체의 사례판단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학부모들은 사설 치료기관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 1월 초 어린이집 내 아동학대 정황을 확인한 수원시는 재원 중인 아동들에게 응급 심리치료를 5차례 지원했었다. 이후 판단을 받은 10명의 아동들의 심리지원은 이번주부터 본격 이뤄질 예정이다. 결국 응급지원이 끝나고 실제 사례판단과 이를 근거로 한 심리지원이 진행되기까지 2~3개월의 공백이 발생했다.

학부모들은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고충을 토로했다. 복수의 학부모들에 따르면 수원시로부터 받은 초기 응급지원은 2월에 종료됐고 바로 치료가 연계될거라 생각했지만 후속 조치는 없었다. 3월 새로운 유치원으로 옮긴 아이들은 증상이 악화됐고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짙어졌다.

특히 8명 피해 아동 모두 다른 병원에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을 받았는데 진단 비용만 50만원에서 100만원에 달했다는 게 학부모들의 증언이다. 학부모 A씨는 “아동학대 진단이나 치료를 문의해도 나이가 어려서인지 거부 당하기도 했다. 진단·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는데에도 꽤 시간이 걸렸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수원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판단회의 결과가 나와 보호계획이 수립되기 전까지는 별도의 예산 편성이 안돼 심리지원이 이뤄질 수 없는 구조다. 사건 초기에 학부모들의 우려가 크고 시에서도 필요하다고 판단해 수원아동전문기관 소속 심리치료사를 통해 응급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개별 조치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월 학부모 10명의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한 경기남부경찰청은 40대 보육교사 B씨와 20대 C씨, 원장 D씨에게 아동학대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보고 이번주 내에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같은 반 아동 3명의 피해 사실을 추가로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40대 보육교사 B씨의 행위가 반복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증거가 확보됐고 도주 우려가 없다”며 최근 기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