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온라인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가 14일 소상공인 상생기금 3천억원 출연 계획을 밝혔다. 또한 꽃, 간식, 샐러드 배달사업을 접고, 택시업계의 반발이 심했던 택시 유료호출도 폐지한다고 밝혔다. 카카오의 기습적인 상생방안 발표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카카오의 지주회사격인 케이큐브홀딩스 현장조사와 카카오의 금산분리 위반 혐의 조사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온라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초거대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소상공인들이 생계를 이어가는 골목상권을 잠식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카카오 배달사업이 다루는 업종에서 영세상인들은 대책 없이 생계가 쪼그라들었다. 카카오 택시호출 플랫폼은 등장 당시엔 제공되는 편의에 택시업계와 승객들이 환호했지만 호출 시장을 독점한 지금은 택시사업 자체가 카카오에 종속된 실정이다. 택시법인과 기사들은 호출을 더 받기 위해, 승객들은 더 빠른 승차를 위해 카카오에 적지 않은 비용을 물어야 한다.

시장지배력을 확보한 플랫폼 기업들의 횡포는 카카오에 그치지 않는다. 배달의민족, 쿠팡 등 배달 플랫폼들도 시장을 장악하고 나자 기발한 사업구조로 음식점 등 소상공인들의 이익을 착취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적으로 배달 플랫폼에 의지하는 음식점들은 인상된 배달수수료와 광고비 지출로 인한 수익악화는 물론, 고객들의 별점 테러로 살인적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플랫폼들의 사업 모델은 비슷하다. 처음엔 시장에 편의를 제공하다가, 편의에 길들여진 사업자와 소비자가 플랫폼에 종속되면 다양한 수익모델을 창안해 양쪽 모두로부터 이익을 쥐어짜내는 구조이다. 꼬리가 몸통과 머리를 지배하는 꼴이다. 소상공인들과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주하자 지방자치단체들이 공공 플랫폼을 대안으로 만들어냈지만 민간 기업의 자본 및 수익구조와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의 골목상권 상생 계획을 이끌어낸 공정위의 조사를 주목한다. 국가권력의 시장개입은 최소한에 그쳐야 하지만, 막강한 시장지배력으로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를 현금박스로 여기는 공룡 플랫폼의 횡포는 시장참여자 전체의 이익을 위해 상식선에서 제한해야 옳다. 더불어 거대 플랫폼 기업의 횡포를 견제할 자유시장의 원리도 작동해야 한다. 점점이 흩어져 일방적 불이익을 감수하는 소상공인들 스스로 강력한 연대와 조직으로 시장의 균형을 복원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