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영업점 감축에 가속도가 붙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1년 상반기 국내 은행 점포 운영현황'에 따르면 연도별로 줄어든 점포 수가 2018년 23곳, 2019년 57곳이었으나 작년에는 무려 304개의 지점 등이 사라졌다. 최근 5년 새 가장 많이 점포를 없앤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벌써 79곳이나 문을 닫아 이틀에 한 곳씩 길거리 은행들이 사라졌다.
영업점 통폐합이 가속화되면서 ATM(현금자동입출금기) 숫자도 줄고 있다. 국내 은행의 전국 ATM 설치 대수는 3만2천927대로 1년 전보다 8.3% 감축된 것이다. 은행의 ATM 설치 대수는 2013년 12월 4만7천692대로 최고치를 찍은 이후 7년 동안 31%나 줄었는데 감축폭도 갈수록 커지는 추세여서 이용객들의 불편은 더 커질 전망이다.
온라인 및 모바일뱅킹의 빠른 증가가 결정적인 이유이다. 올해 상반기 은행권의 신용대출 가운데 절반가량이 디지털뱅킹을 통해 진행됐을 정도로 금융권 거래의 디지털 전환이 급증 추세인 것이다.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른 영업점 방문 이용객들의 현격한 감소는 설상가상이었다. 제로금리 보편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 해소 내지 카카오뱅크 등 비대면 전문은행과의 경쟁은 또 다른 당면과제였다.
덕분에 IT 기술에 익숙하지 못한 고령층이나 취약계층의 불편이 점차 커지고 있다. 모바일뱅킹에서 제공하는 송금이나 환전, 예·적금 이자 등에서 우대혜택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 주목되는 것은 은행권의 지점 축소가 수도권 외곽 내지 시골 지역에 집중되어 금융업무에 대한 복지 사각지대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질 좋은 일자리의 상징인 은행권의 고용흡수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점 축소가 은행 직원들의 고용불안을 유발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작년부터 점포 및 인력감축에 제동을 걸었지만 역부족이다. 국민, 신한,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은 올 하반기에도 130여 개의 점포를 추가 폐쇄할 예정이다. 글로벌 금융 중심지인 미국에서도 동일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해 3천324개 점포가 문을 닫은데 이어 웰스파고, 씨티그룹, JP모건 등 대형은행들이 올해 상반기에만 지점 2천650곳을 폐쇄했다. 은행의 비대면, 무인화가 시대적 흐름이지만 금융의 공공성 훼손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사설] 은행 지점 감축이 취약계층 양산해서야
입력 2021-09-22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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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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