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구 애관극장의 역사는 개항기 지역 최고 부호로 불렸던 정치국(1865~1924)이 1895년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실내극장 겸 공연장인 '협률사'(協律舍)로부터 시작된다. 협률사는 1911년 개항장을 반영한 '축항사'(築港舍)로 개명했다가 1921년 연극·영화 상설관인 '애관(愛館)'으로 이름을 고쳤다.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소실됐다가 1954년 개축해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126년 동안 우리나라 근대 공연·영상문화 역사를 지켜온 애관극장에 대한 인천 시민의 애정은 남다르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복합상영관이 속속 들어서면서 인천의 주요 개봉관인 중앙·미림·인형·오성·문화 극장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현재는 애관극장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2000년대 초, 애관극장 매각설이 나오자 인천은 물론 한국을 대표하는 극장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모두가 안타까워했다. 극장주도 시민 애정을 고려해 스크린을 5개로 늘리고 새 단장했다. 두 번째 매각설이 나온 것은 2018년. 지역 문화계와 시민들이 '애관극장을 사랑하는 인천시민모임(이하 애사모)'을 결성했다. 결국 극장주가 매각 의사를 철회했지만 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최근 매각설이 다시 나오고 있다. 시민들은 '애사모2기'를 발족하고 애관극장에서 영화 보기 운동, 시민 모금 등의 활동을 준비 중이다.
최근 시가 애관극장을 사들여 공공문화 유산으로 보전해야 한다는 시민 요구가 커지고 있다. 시도 역사·문화적 가치를 인정하고 시 등록문화재 지정을 극장주에게 제안하기도 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양자 간 협의를 벌이고 있으나 건물주는 시세로 매각하기를 원하고, 시는 감정평가 기준 등 매입규정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애관극장 보전에 앞서 고민해야 할 것은 활용 문제다.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먼저 정하고 매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다른 지자체들의 사례를 보면 문 닫은 극장을 복합문화예술공간이나 전문 영상문화 공간, 미술 전시관 등의 재생사업을 통해 활용하고 있다. 국비 지원사업과 연계한 대전시의 경우 모범 사례로 꼽힌다. 애관극장은 영화 상영관으로 한 세기에 걸쳐 시민의 사랑을 받아 온 곳이다. 역사·문화적 가치도 크다. 애관극장 활용에 대한 전문가와 문화예술인, 인천시민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활용성을 높일 수 있고, 세금 쓰는 명분도 살릴 수 있다.
[사설] 애관극장 공공매입에 앞서 활용방안 고민할 때
입력 2021-09-2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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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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