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의 변천은 그저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아니면 적절한 방향성을 정해야 하는 것일까? 지금의 60대는 예전의 10대였고 지금의 10대는 미래의 60대이다. 그러니 서로 자기의 입장을 들어 강권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 변화의 양상을 보고 있자면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엿볼 수는 있다. 특히 청소년기의 친구는 인생에서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청소년기의 문화는 중요하다.
춘추시기 최초의 패자라 불리는 제나라 환공은 형제지간의 내란이 계기가 되어 임금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공자 시절 제나라에 돌아오는 길에 매복해서 자기를 죽이려던 관이오를 임금의 자리에 오른 뒤 잡아 죽이려 했을 때의 일이다. 그의 재상인 포숙아가 천하의 패권을 잡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인물이 관이오라고 천거한다. 그러자 제나라 환공은 그 말을 듣고 자기를 죽이려던 원수를 재상에 앉혀놓고 천하의 패권을 쥐게 되었다. 제환공의 도량도 대단하지만 그보다 더 아름답게 회자되는 것은 관이오, 즉 관중과 포숙아의 우정이다. 청소년기를 함께 보낼 때부터 객관적으로 보면 일방적으로 양보만 했던 포숙아는 끝까지 친구의 능력을 알아보고 기다렸다. 장사를 같이 해서 분배를 할 때나 전투에 함께 참가해서 고생을 할 때나 모두 친구 대신 어려운 일을 떠맡았다. 후일 공자는 관중에 대해 인격과 능력을 엇갈리게 평가하지만 대체로 호평을 내린다. 그를 포용한 제환공에게도 바르게 하였고 속임수는 쓰지 않았다고 호평한다. 어찌 보면 이는 이 둘의 진면목을 알아보고 인연을 맺어준 포숙아의 공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시대에도 이런 우정 스토리가 나올 수 있을까? 지금의 청소년기는 어느 때보다 미래가 불투명하다. 마치 춘추시대처럼. 그럴수록 좋은 친구를 찾아 인생을 헤쳐나가면 큰 덕이 될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