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떨어진 불꽃은
손아귀를
가만히 오므린다
다음에는
하느님이 떨어질 차례란 듯이
박현수(1966~ )

중력은 그러한 사물이 왔던 길을 가르치고 있으므로 모두가 중력의 방향으로 향해있다. 마치 가을날 하강을 준비하는 단풍과 같이 어느 순간 무게를 가진 것들은 지표면으로 내려와야 하는 것이 이치다. 여기서 단풍은 나무가 허공에서 태우는 마지막 '불꽃'같은 애절한 마음을 품고 있는 것. 거기에 멀리 왔다는 것은 반대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인간의 죽음도 삶의 무게를 견디다 못해 끝내는 완전히 지표면에 가닿지 않던가. 어느 가을날 '떨어진 불꽃'같은 낙엽을 보면 불꽃처럼 살다가 식어버린 목숨들이 땅에 밟히는 것같이. 이처럼 인생길에서 멀어져 하늘을 향해 눈을 감고 있는 것은, 삶이 '가만히 오므린' 증표다.
한때 어딘지 모르는 중심을 잃고 불같은 꽃을 피워낸 누군가의 얼굴을 대변해 준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