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석유와 천연가스 값이 7년 만에, 석탄은 13년 만에 각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최근에는 오름세도 매우 가파르다. 작년 하반기부터 세계 에너지수요가 급증했다. 코로나19 이후 침체됐던 세계 경제가 회복되면서 산업생산이 증가한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에너지재앙 우려에 단초를 제공한 것은 중국이다. '세계의 공장'에 전력난이 가시화되면서 중국이 사생결단식으로 세계 에너지자원 사냥에 나선 것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2060년 탄소중립 실현" 드라이브가 화근이었다. 정부가 중국 내의 석탄생산을 제한한 터에 세계 최대 유연탄 수출국인 호주와의 갈등은 설상가상이었다.

중국의 무지막지한 에너지 사재기는 인도를 궁지로 몰았다. 중국이 러시아와 몽골, 인도네시아에서 석탄의 매점매석을 서두른 탓에 세계 2위의 석탄수입국인 인도에 불똥이 떨어진 것이다. 인도는 그동안 인도네시아에서 주로 석탄을 조달해왔었는데 중국 때문에 인도의 석탄화력발전소 135곳 중 72곳이 석탄재고가 바닥인 지경이다. 중국의 사재기는 유럽에도 타격을 주었다. 이상기후로 풍력 발전량이 떨어지자 유럽 각국이 천연가스 발전소 가동률을 높였지만 원료 조달에 곤란을 겪은 것이다.

중국정부가 화석연료 대체 등 현실적인 대안 없이 빠른 속도로 탄소중립을 밀어붙인 때문에 전력난 도미노가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 수급 차질의 근본원인은 구조적인 문제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붕괴됐던 세계의 에너지 생산 및 공급망이 복원되지 못한 것이다. 팬데믹 국면에서 수익성 악화로 무너진 미국 셰일가스 업계가 채굴능력을 다시 끌어올리는데도 상당한 시일이 요구될 예정이다. 지난 5일 산유국(OPEC+)들이 국제적인 증산압력에도 생산규모 동결을 선언한 배경도 단시간에 증산할 수 없는 환경 탓이다.

앞으로가 더 큰 일이다. 경제규모가 큰 주요 국가들이 '위드(with) 코로나'로 속속 전환하는 상황에서 북반구의 겨울도 멀지 않아 석유·석탄·천연가스의 패닉 바잉(투기)은 물론이고 주요 원자재 가격까지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내년 초에 유가 100달러를 전망하며 경기침체에 물가만 뛰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경고했다. 에너지수입 의존도 97%인 한국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걱정이다. 정부의 비상대응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