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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크린 바위 피운 꽃이

악수 청하는 적의 손처럼

흔들린다



나의 웅덩이는 어둡게 닦은 수면의 백지에

그 화해의 수결(手決)을 확실하게 인쇄해놓는다



이하석(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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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제비꽃은 들녘에서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그 이름은 강남에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말에서 유래되었다. 이때 강남은 중국 양자강 이남 지역을 가르치는 것으로, 지리적으로 겨울에도 따듯해서 제비가 추위를 이겨내기에 알맞은 곳이다.

지방에 따라서 오랑캐꽃, 반지꽃, 앉은뱅이꽃, 외나물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제비꽃은 4~5월에 진한 자주색으로 개화하며 꽃말은 '겸양'이다. 겸양은 겸손과 양보를 의미한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져야 하는 마음의 너그러움이면서 상대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고도화된 정신으로 나간다. 마치 삶의 전장에서 '악수 청하는 적의 손'을 뿌리치지 않는 것도, 그 손을 같이 잡고 함께 흔들어 주는 것도 겸양에서 오는 것. 이러한 제비꽃은 욕망이라는 '웅덩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우리의 '어둡게 닦은 수면의 백지'를 들여다보게 한다.

사람은 계절의 순리와 달리 한번 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애절한 인연의 무상함을 가졌기에. 모든 용서하지 못할 일이 없다는 것. 그렇다면 구원은 당신의 자존심이 '웅크린 바위 피운 꽃'에서부터 개화하는 것. 돌아온 제비꽃은 우리가 돌아가지 못할 그곳에서 '그 화해의 수결(手決)을 확실하게 인쇄해놓'은 구원처럼. 용서도 용서하라고 먼저 와서 흔들고 있는 것이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