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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라 작가가 영체갤러리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 '윈스턴 처칠' 앞에서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를 설명하고 있다. 2022.4.19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

마음을 치유하는 화가 이혜라 작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속도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공고히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첫 작품을 내놓은 뒤, 데뷔 다음 달 경인 미술관에서 '모든 마음은 아름답다'를 주제로 개인전을 열었다. 이어 같은 해 10월에는 '신성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주제로 두 번째 개인전을 열더니, 2021 BFAA 아트페어, 2021 UIAF 울산 아트페어에서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작년 6월 데뷔 이후 1800여점 작품활동
개인전·아트페어서 관객들로부터 호평


또 해외로 진출해 2022 LA Art Show에 참가하는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성남에 자신의 작품을 오롯이 담는 갤러리를 열었다. 그러면서도 1천800여점에 달하는 작품을 내놔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혜라 작가는 "세상 모든 사람들은 마음이 아프다"며 "아픈 마음을 그림으로 치유해주고 싶은 마음을 담아 그림을 그렸다"고 왕성한 활동의 밑바탕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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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라 작가의 '당신의 아픔을 치유해드릴게요'. /영체갤러리 제공

사실 이혜라 작가는 데뷔 전 명상수행 지도자이자 심리치유자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지금도 경남 하동군 영체마을의 지도자로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명상수행 지도자가 화가로 데뷔한 배경은 뭘까. 이혜라 작가의 아버지가 화가이자, 미술교사였기에 그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요인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제자 한 명이 그림 하나 그려달라는 부탁에 시작한 작품활동이지만,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는 예술 세계를 통해 마음이 치유될 수 있음을 확인한 그가 활동 반경을 넓혔다.

그는 "도인이 예술가이고, 예술가가 도인 아닌가 싶다"며 "18년간 마음을 공부한 에너지가 작품에 실리니 남들이 보고도 믿지 못하는 작품들이 나온다. 명상으로 얻은 에너지가 분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작품활동을 하는 매 순간은 유튜브를 통해 모두 공개하고 또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데, 그 모습은 마치 아이가 놀이를 하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

이렇게 다작을 하는 이혜라 작가가 담고 싶은 예술세계는 무엇일까. 이혜라 작가는 명상수행 지도자로 만나온 수만명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상처에 집중했다.

이 작가는 "사람마다 아픔을 갖고 있지만 그 아픔을 주는 상처를 인정하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내 작품을 통해 자신 내면의 상처를 마주하고 회복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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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라 작가의 '고전미를 뽐내는 황금 장미'. /영체갤러리 제공

그림에 자주 나오는 '눈·황금장미' 통해
존중받지 못하는 현대인들에 위로 전달


이혜라 작가의 작품에는 '눈'과 '황금장미' 등이 자주 등장한다. 그가 그리는 눈은 '본성'을 뜻하는 데, 사람들은 세상을 본성의 눈으로 보지 못하고 저마다 갖고 있는 상처를 통해 바라보기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는 의식을 뜻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증오의 눈으로, 누군가는 슬픔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증오의 필터, 슬픔의 필터를 걷어낸 본성의 눈을 그린다.

또 황금 장미는 존중받지 못하는 현대인의 아픔을 그림으로 담은 것. 누구나 황금 장미와 같이 소중한데도 세상에, 또는 자신에 부정당하는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관람객들은 그림으로부터 자신을 이해받았다는 후기가 상당히 많았다. 송윤종 영체갤러리 관장은 "갤러리를 방문하신 분들 중에 간혹 눈물을 흘리거나 현기증을 일으키는 분들도 계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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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성남 영체갤러리를 찾은 관람객이 이혜라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2022.4.19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

이혜라 작가는 예술이 삶에 녹아들도록 누구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예술이 어느 순간 경제적인 가치로 환산되고, 경제력이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장벽으로 작용하는 것에 대한 반대 선언이다.

이혜라 작가는 "삶이 고통스러운 것은 가진 자나 그렇지 않은 자나 똑같다"며 "내 작품은 무료로 감상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소장하고 싶어서 작품을 구매하면 꼭 작품을 유료로 공개하지 않아도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혜라 작가는 마지막으로 "내 작품은 가격으로 환산되기 보다는 마음으로 인정받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며 "나 자신도 마음으로 인정받는 예술가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