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까지 계약이 파기된 건 없다. 하지만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를 문의하는 고객이 늘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해외여행 심리가 폭발하며 여행산업이 활기를 되찾고 있는 가운데 최근 세계 곳곳에서 발병하고 있는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여행업계 악재로 떠올랐다. 경인지역 여행업계는 모처럼 찾아온 해외여행 심리에 이번 악재가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25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내놓은 '코로나19 문화·관광·콘텐츠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정부가 해외입국자에 대한 자가격리 의무를 면제한 이후 해외출국 관광객수는 14만6천명으로 전년 대비 96.6%가 증가했다. 그동안 코로나19 장기화로 움츠렸던 해외여행 심리가 폭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최근 해외에서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의 감염 사례가 잇따르면서 여행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달 들어 원숭이두창이 발생한 나라는 미국, 이스라엘, 호주 등 18개국이며 감염사례는 171건, 의심사례는 86건이 보고됐다.
해외관광객 전년대비 96.6% 증가속
여행업계는 '원숭이두창' 확산 우려
"계약 취소 없지만 문의 쇄도 긴장"
원숭이두창은 1958년 덴마크의 한 실험실 원숭이에서 처음 확인된 질환으로 사람간 감염은 일반적으로 호흡기 밀접접촉을 통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원숭이두창의 잠복기가 최장 21일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입국 당시 증상으로는 감별해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자칫 해외여행객이 감염된 상태로 국내에 입국한다면 제2의 코로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여행객들 사이에선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여름휴가지로 유럽을 낙점했다는 박모(32)씨는 "뉴스를 통해 원숭이두창 증상을 봤는데 끔찍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진지 엊그제인데 유럽을 중심으로 또다시 감염병이 돌아 해외여행을 가야하는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여행업계도 안타까운 건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워졌던 2년간의 보상을 받는 듯 모처럼 해외여행 계약 건수가 폭발하고 있지만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또다시 위기감이 감돌고 있는 것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수억원을 빚졌다가 이제야 갚을 길이 열리나 했는데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라는 변수가 생겨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아직 유럽 일부 국가에서만 발생한 걸로 알고 있는데 코로나 사태처럼 번지면 여행업계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승택기자 taxi22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