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는 젊어야 한다."
6·1 지방선거 인천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김한별(28) 기본소득당 인천시당 상임위원장은 "기성 체제를 답습하지 않고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는 게 젊은 정치"라고 말했다.
6천79표. 그가 말한 '젊은 정치'에 호응한 시민들이다. 인천 투표자 200명 중 1명에 해당하는 0.49%가 김한별 상임위원장에게 표를 던졌다. 기본소득당 인천시당 당원 수 1천500명의 4배 정도 된다.
김한별 상임위원장이 선거 캐치프레이즈로 썼던 '별 볼 일 있다'라는 문구처럼 시민들은 젊은 정치인의 도전을 마냥 '별 볼일 없이' 보진 않았다.
김한별 상임위원장은 아동·청소년·청년·노인에게 월 10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과 노동인권 보장을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 인천시장 선거 출마를 결심한 뒤 윤석열 정부를 포함해 민주당, 정의당과 차별되는 정책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에 깊은 고민 끝에 마련한 것들이었다.
"나이만 어리다고 남들과 다른,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지방선거에서 많은 후보가 쇼핑몰 건립과 도시철도 증설 등 계속해서 반복되는 공약을 발표하잖아요. 기본소득은 재산과 노동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시민에게 소득을 지급해 사회 안전망을 구축합니다. 정치와 경제, 문화 모든 영역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 노동운동가로서 노동자 권리 증진 활동에 매진
김한별 상임위원장이 기본소득당 인천시장 선거에 출마하게 된 건 노동운동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그는 대우자동차(현 한국지엠) 부평공장 해직자였던 아버지의 복직 투쟁을 지켜보면서 자연스럽게 노동인권에 관심을 가졌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농성 현장에 가서 자리를 지키기도 했다.
그가 노동운동에 첫발을 디딘 시기는 20대 초반 교육 봉사에서 만난 친구 권유로 아르바이트 노조 워크숍에 참석하면서다. 비슷한 연령대 청년이 모여 비정규직 노동자 권리 회복을 위해 시위와 성명 발표 등에 참여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한다.
대우차 부평공장 해직자 아버지 복직투쟁 보며 노동인권 관심 가져
아르바이트노조 인천지부 조직, 정규직 치우친 양대 노조 단점 보완
그는 2016년 아르바이트노조 인천지부를 만드는 데 앞장서며 아르바이트생들이 놓인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힘썼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르바이트 일자리는 많아지는데 기존의 양대 노조는 정규직 노동자에 집중하고 있다 보니 단기,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담아내지 못했거든요. 노동계에 아르바이트생의 노동권을 지켜줄 새로운 문법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아르바이트노조 인천지부를 조직하면서 민주노총, 한국노총에 이어 전국 단위 3대 노총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김한별 상임위원장은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조직부장을 맡아 운송·유통업계 노동자 교섭에 참여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나갔다.
그는 전국에 있는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과 만나 노동권 신장을 목표로 노조 가입을 독려했다. 지난 2020년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했을 땐 회사가 위험을 인지했으나 운영을 즉각적으로 중단하지 않고 근무를 지시했다는 점을 짚고 개선안을 촉구하는 등 목소리를 높였다.
김한별 상임위원장이 선거 운동 중 부평역 일대에서 심야 아르바이트생들을 만나 노동실태를 조사하고, 쿠팡 물류센터 앞에서 노동공약을 발표한 것도 그간의 노동운동과 맞닿아있다.
■ "노동환경 보장하는 안전망 갖춰진 사회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
김한별 상임위원장은 선거 이후 한동안은 선거 홍보물을 정리하고 비용 등을 정산하느라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했다.
그는 선거 마무리 작업을 끝내고 나서야 그동안 미뤄뒀던 운동과 독서를 시작했다. 김한별 상임위원장이 선거를 마치고 가장 먼저 폈던 책은 소설가 황석영의 '철도원 삼대'였다. 철도원 삼대는 일제 강점기부터 최근까지 약 100년의 시간 동안 철도원 가족 삼대에서 공장 노동자인 증손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당시 근대 산업사회를 뒷받침하는 주요 인력이었던 철도 산업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책이다. 굴뚝 위에서 고공 농성하는 노동자의 삶과 노동운동으로 사회에 첫발을 들였던 자신의 모습이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철도원 삼대에는 노동조합 이야기가 나옵니다. 저 역시 노동운동에 참여했던 사람으로, 당대 사람들은 노동운동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궁금했습니다. 지난 3·9 대통령선거에서는 같은 당 오준호 대선 후보 수행비서로, 지방선거에서는 인천시장 선거에 나서면서 쉴 틈 없이 달려왔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미뤄뒀던 고민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합니다."

부당하고 위험한 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 마련 집중
한번 주목받고 끝나는 것이 아닌 지속가능한 정치 보여주는 게 목표
김한별 상임위원장은 노동운동가로서 정체성을 바탕으로 기본소득을 의제로 한 노동·사회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노동자를 부당하고 위험한 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번 선거에서 젊은 층뿐만 아니라 50대, 60대 시민들에게도 지지를 받았습니다. 기본소득을 새로운 대안으로 보는 시민이 많아졌고, 이에 대해 입지를 다진 것은 명확하다고 봅니다. 한번 주목받고 끝나는 정치가 아닌,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정치를 보여주는 게 제 목표입니다. 기본소득을 통해 시민이 권리를 지키고, 안전하고 평등한 노동환경을 보장하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글/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 김한별 상임위원장은?
▲ 1993년 출생
▲ 인천상정고, 부천대 컴퓨터정보보안과 졸업
▲ 2016~2018년 아르바이트노조 인천지부장
▲ 2018년 인천퀴어문화축제 사회자
▲ 2018~2021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조직부장
▲ 2021년~ 기본소득당 인천시당 상임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