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인터뷰 위동해운 전기정대표
한중카페리는 한중 수교가 이뤄지기 2년 전인 1990년부터 운항을 시작했다. 한중수교 30주년을 앞두고 만난 전기정 한중카페리협회 회장은 "1990년 양국은 최초의 합작 카페리 선사인 위동항운을 설립해 민간교류를 개시하는 초석을 마련했으며, 정식 수교라는 결실을 맺는데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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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은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은 지 30년이 되는 날이다. 한중 수교 이후 두 나라는 경제, 문화,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를 확대했다.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기 2년 전인 1990년 9월 15일, 한중 합작 카페리 선사인 위동항운유한공사(이하 위동항운)의 '골든브릿지'호(8천t급)가 인천에서 중국 웨이하이(威海)로 처음 출항했다. 한중 수교 이전부터 운항을 시작한 '한중카페리'는 한중 수교의 초석이 됐으며, 이후 30년 동안 한중 교류의 한 축을 맡으며 성장했다.

전기정 한중카페리협회 회장(위동항운 사장)은 "한중수교가 30년을 맞았다. 한국과 중국이 상호간 전략적 동반자이자 중요한 경제 파트너의 관계로 발돋움한 것에 대해 국민의 한 사람이자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 기쁘게 생각한다"며 "1990년 8월 12일에 양국은 최초의 합작 카페리 선사인 위동항운을 설립해 민간교류를 개시하는 초석을 마련했으며, 2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정식 수교라는 결실을 맺는데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항공 신속함·선박 안정성·합리적인 서비스 가격 장점 갖춘 특수성
진동·충격 민감한 반도체 생산설비·LCD 패널 등 화물운송도 호응
코로나로 중단된 여행, 수송 재개 땐 그동안 억눌린 수요 폭발할 것


한국과 중국은 가장 가까운 국가였고, 그만큼 오랜 기간 교류했다. 삼국시대에 우리 나라는 중국에 진출해 신라방을 세워 중국에 정착하는 등 인적·물적 교류가 이뤄졌다.

인천 능허대는 백제시대 중국으로 가는 사신이 이용하는 항구 역할을 했다. 해양국가였던 고려시대에는 도자기, 공예품, 향신료, 약재 등 각종 물자를 해상 운송하는 공무역과 사무역이 성행했다. 조선시대를 거쳐 근대에도 교류는 지속했으나,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냉전시대가 도래하면서 멈췄다.

전 회장은 "한국과 중국의 교류 역사는 위동항운이 1990년 인천과 산둥성 웨이하이간 카페리선을 투입하면서 새롭게 쓰여지기 시작했다"며 "모든 교류의 기반이 없어진 상태에서 시작된 사업이다 보니 크고 작은 어려움들이 있었지만, 위동항운 설립 이후 지속해 카페리항로가 개설되면서 양국 간 무역 규모도 크게 성장했다"고 했다.

한중 카페리가 처음 운항한 노선은 인천~웨이하이 항로다. 웨이하이는 한중카페리가 오가면서 크게 성장했다. 개설 당시 인구 20만명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290만명에 이르는 산둥성을 대표하는 국제무역도시이자 중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중 하나로 성장했다.

이러한 성장은 한국과 중국 전체로 확산했다. 한중 교역액은 한중 수교 직후 64억달러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엔 3천15억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은 한국의 제1교역국이며, 한국은 중국의 제3교역국이다. 그는 "한국과 중국 양국이 서로의 필요를 채우며 상호 성장하는 중요한 파트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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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카페리는 1990년 첫 항로가 개설된 뒤, 잇따라 확장하며 16개에 이르게 됐다. 처음 인천에서 시작했지만, 평택과 군산에서도 한중카페리가 운항한다.

전 회장은 "한중카페리 성장의 가장 주된 이유는 카페리선이 여객과 화물을 동시에 수송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항공의 신속함과 선박의 안정성, 합리적인 서비스 가격이라는 장점을 모두 가지는 특수성"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항공을 이용한 여행은 항공기가 단순한 이동수단의 성격이 강하지만, 카페리는 탑승하는 것 자체로 여행이 되는 매력이 있다"며 "게다가 중국은 지리적 특성상 내륙 지역에 평생 바다를 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했다.

화물 운송도 한중카페리를 성장하게 한 동력이다. 한중카페리는 항공운송보다는 저렴하게, 컨테이너선 등 화물선 보다는 빠르게 화물을 운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 회장은 "진동이나 충격에 민감한 반도체 생산설비, LCD 패널과 신속한 납기가 필요한 각종 산업제품, 냉동, 냉장화물 등의 수요가 많다"며 "항공을 이용할 경우 고가의 운임이, 화물선을 이용할 경우 운송시간 지연이 발생해 카페리를 선호하는 업체가 상당히 많다"고 했다.

성장 가도를 달리던 한중카페리는 2020년 초 코로나19라는 큰 파도를 맞았다. 여객 운송은 1월부터 전면 중단됐다. 여객 운송은 2년 넘도록 재개되지 않고 있으며, 이 기간 한중카페리 선사들은 화물만 운송하고 있다.

특히 위동항운을 비롯한 카페리선사들은 2010년대 후반에 잇따라 새로운 선박을 건조하면서 여객 수요 증가에 대비하기도 했다.

인천항만공사는 한중카페리 여객 편의를 높이기 위해 2개로 나뉘어져 있던 국제여객터미널을 한 곳으로 통합해 새로운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을 2020년 건립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2년 넘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전 회장은 "카페리선사들은 경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양국의 코로나 대응 방역정책이 차이를 보이고 있어 속단하기 이르지만, 빠르면 올해 중국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 이후로 여객 재개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로 인해 여행이 중단됐으나, 그 수요까지 없어진 것은 아니다"라며 "국내 대형 여행사들은 특히 가장 큰 시장인 중국시장이 회복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는 중국도 마찬가지 상황으로 카페리 여객 수송이 재개되면 눌려있던 수요가 폭발적인 여행 소비로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한다"고 했다.

새롭게 건립한 인천항 신국제여객터미널도 여객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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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카페리협회는 한중 교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역할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회원사와 시장의 안정적인 성장과 양국의 인적·물적 교류 활성화, 이를 통한 건강한 시장의 발전을 위해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각 회원사와 정부 유관기관, 각종 단체 등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특히 올해와 내년에는 중단된 관광여객 유치를 위해 해양수산부, 문화체육관광부, 인천항만공사, 여행업협회 등 관련 정부 부처, 단체와의 협업을 늘려갈 것"이라고 했다.

전 회장은 안전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선박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 회장은 "세월호 사고 이후 많은 분들이 선박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한중카페리는 한국과 중국 양국 정부가 안전요건을 강화하고 매일 점검을 시행하고 있어 어떠한 교통수단보다 안전에 대한 조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깔끔한 객실과 밤바다의 낭만,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국제여객선의 새로운 세계를 많은 분들이 한중카페리 노선에서 경험해 보시기 바란다"며 "하루빨리 코로나 상황이 호전돼 한중카페리에서 재충전의 시간을 꼭 갖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글/정운기자 jw33@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전기정 회장은?

▲1988 행정고시 합격(32회)
▲2004 해양수산부 해양정책과장
▲2005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실 행정관
▲2006 해양수산부 수산정책과장
▲2007 해양수산부 재정기획관
▲2010 국토해양부 해운정책관
▲2013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장
▲2015 해양수산부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
▲2016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2016 해양수산부 기획조정실장
▲2018. 4. ~ 위동항운유한공사 사장
▲2019. 3~ 한중카페리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