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가뜨린다는 인식이 많습니다
임대차 계약 맺기가 어렵네요
수원에 거주하는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 김모(53)씨는 지난해 월세방을 구하는 과정에서 20번 넘게 퇴짜를 맞았다. 거동이 불편해 집 안에서도 휠체어를 타는 김씨에게 집주인들은 '휠체어 때문에 집이 망가진다', '집값이 떨어진다', '화재 사고를 낼 것 같다'는 이유로 임대를 거절했다고 한다.
김씨는 "나이도 있고 해서 한 번쯤은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 살아보고 싶었다"며 "이동에 편리하게 1층 원룸을 알아봤는데 혼자선 공인중개사를 설득하는 일도 힘들었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직원의 도움을 받고 나서야 집주인과 만날 수 있었고, 집을 구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안산에 사는 중증 뇌병변 장애인 오모(30대)씨 부부는 시설에서 나와 자립을 한 뒤 4년 동안 이사만 3번을 했다. 조건에 맞는 집을 힘들게 얻어 살게 된 공간에서조차,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오랜 기간 거주할 수 없었던 것이다.
오씨 부부의 생활을 지원하는 활동지원사 이모씨는 "(이들 부부가) 전세로 살던 집에서 집주인이 아들에게 그 집을 준다면서 이사해달라고 했다. 간신히 집을 구해 이사를 마쳤는데 알고 보니 아들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전세를 줬다"며 "이사 한 번 할 때 이사 비용, 시설 개조 및 복구 비용 등 돈이 많이 든다. 저축해둔 돈을 거의 다 썼다"고 안타까워했다.
집주인들 '집값 떨어진다' 이유로 임대 거절
부모 보호 벗어나 자립에 나선 장애인들은
살 집을 구하는 단계부터 좌절을 경험한다
"주택 개조·복구때 지자체 지원 확대 해야"
공공임대주택 공급 비율 상향 대한 지적도
앞선 두 사례처럼 시설과 부모의 보호에서 벗어나 자립에 나선 장애인들이 살 집을 구하는 단계부터 좌절을 경험하고 있다. 장애인과 임대차 계약을 맺길 꺼리는 정서 때문인데, 임대인이 가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해소할 현실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은상 안산 상록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임대인들이 장애인이 집을 망가뜨린다며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며 "장애인이 주택을 개조하고 복구할 때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할 확대할 필요가 있다. 임대인의 인식도 바꾸고 장애인 자립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가령 수원시는 중위소득 70%이하 중증 장애인을 대상으로 최대 5백만원의 주택 개조 비용을 지원하고 있는데, 실제 지원을 받은 장애인 가구는 2019년 8가구, 2020년 5가구, 2021년 8가구에 불과했다.
민간주택 임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권달주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새 공공임대주택을 지으면 10~20% 정도는 중증 장애인들에게 우선 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