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장 사진
양평읍에서 바라본 용문산사격장. 공사 중인 아파트 옆 '용문산사격장'에선 아직도 전차 포성이 울리고 있다. 사격장 왼쪽 아래에는 양평군보건소가 있으며 양평군청과 양평역, 학교 등 중심 인프라가 모두 사격장 반경 3㎞ 이내에 위치해 있다. 2022.11.21 양평/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

2020년 양평군은 '수도권 비규제지역' 특수로 부동산 호황을 누렸다. 아파트 거래량은 10년 전에 비해 7배 이상 증가했고 지난 3년간 분양된 6천 가구에 대한 입주가 시작된다. 그러나 건설현장 타워크레인 옆에선 아직도 전차 포성이 울려 집의 유리창과 땅을 뒤흔들고 있다. 주택과 사격장의 거리 1㎞, 이 불편한 동거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현재 양평읍 내 아파트에 거주하는 인구는 약 2천800가구다. 내년 1월부터 '포레나 양평'을 시작으로 1년간 총 3천500가구의 입주가 예정돼 있고 오는 2024년엔 700가구가 더 들어온다. 거대한 인구 증가를 목전에 두고 있는 양평군이지만 이곳은 아직 축구장 600개(443만㎡) 규모의 대형 전차포 사격장이 있는 '군사도시'다.

내년 입주 1602가구 아파트 1㎞ 거리
年 150일 전차·미사일 등 훈련 진행


용문산사격장은 1984년에 문을 연 이래 사격을 쉰 적이 없다. 연간 150일가량 전차, 장갑차, 미사일 등 다양한 무기의 사격훈련이 진행되며 착탄지인 용문산 비탈은 30년간 수십만발의 탄을 맞았다. 오발탄 사고도 끊이지 않았는데, 포탄이 불과 1.8㎞ 떨어진 용천리 펜션 지붕을 뚫는가 하면 2.6㎞ 거리에 주차된 관광버스 2대를 관통하는 등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사고가 반복됐다.

이런 사고가 벌어졌음에도 군(軍)의 태도는 미온적이었고 결국 2015년 주민으로 구성된 '용문산사격장폐쇄 범군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가 발족했다. 범대위는 사격장 폐쇄 운동을 전개하고 주민보상과 사과 등을 요구했으나 군은 '대체부지를 달라'며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답변을 반복했다.

그러던 2020년 말 대전차 미사일 현궁이 민가 30m 옆에 떨어지며 양평군 내 대대적인 사격장 폐쇄 시위를 촉발했다. 이후 2021년 3월 '2030년까지 용문산사격장을 이전한다'는 민·관·군 합의각서가 체결됐으며 민·관·군 공동 '용문산사격장 갈등관리 협의회'가 구성돼 155일이던 사격일수를 총 110일로 줄이는 '사격축소' 협의가 이뤄졌다. 올해 초 각서에 따라 군은 이전 용역을 발주했다.

범대위 관계자는 "사격장 이전은 기정사실화됐으며 연구용역 결과는 올해 말 나올 예정"이라며 "현재 용역이 30% 정도 진행됐다고 군에게 결과를 보고받았다. 내년쯤 육군본부에서 용역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사격일수 110일로 축소 협의 성사
이전 용역 30% 진행… 내년 발표


이제 양평은 '사격장 이전'이란 큰 숙제를 목전에 뒀다.

일단 내년 초 군이 발표할 용역 결과는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해야 한다. 용문산사격장 입구에서 내년 9월 입주 예정인 1천602가구 아파트까지의 거리는 1㎞에 불과하며 보건소, 양평역, 양평군청, 학교 등 주민 3만명의 주요 터전과 인프라가 모두 사격장 반경 3㎞ 이내에 있기 때문이다.

사격장 인근 용천리에 거주하는 주민 정모씨는 "그간 없앤단 말만 반복했는데 이번 기회엔 정말 사격장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났으면 좋겠다"며 "군이 진정성 있게 주민들의 생명을 위한 의지를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양평/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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