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영향으로 호황을 맞았던 해운·항공 물류업계가 운임과 물동량이 동시에 하락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잔치는 끝났다'며 불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 인천항만공사에 따르면 이달 초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1171.36을 기록했다. 올해 초 최고점(5109.6)을 기록한 뒤 가파른 하향세가 이어지면서 1년 만에 80%나 떨어졌다. SCFI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해상 운임지수다.
운임하락은 세계적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한 생산·소비 감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컨테이너선을 포함한 운송을 위한 공급은 그대로인데, 화물 운송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운송 가격이 내려간 것이다.
'상하이 컨 운임지수' 1년새 80% ↓
1~10월 인천항 TEU, 전년比 5% ↓
운송 수요 감소는 주요 항만의 물동량 감소로 나타나기도 했다. 올 1~10월 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268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대분)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 정도 줄었다. 인천항은 2019년 이후 3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5위 컨테이너 항만인 부산항 물동량도 소폭 줄어들었다.
항공 물류업계도 운임 하락과 물동량 감소 경향이 뚜렷하다. 항공부문은 각국이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완화하면서 여객기 운항이 늘어난 것이 공급 증가로 이어졌다. 여객기 운항이 늘면서 화물을 실을 수 있는 하부 공간(밸리)을 통한 운송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글로벌 수요 감소로 인해 물동량도 감소했다. 지난해 국제화물 기준 세계 2위를 기록한 인천국제공항의 올 1~10월 물동량은 248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정도 줄었다.
항공업계도 글로벌 수요 감소 악재
中 '제로 코로나' 완화에 명운 달려
이 같은 추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해운·항공 모두 공급 증가는 예정돼 있는 데 반해 수요 증가는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해운부문에서는 글로벌 선사들이 앞서 대량으로 발주한 컨테이너선이 내년부터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적 선사 HMM은 지난해 6월 1만천TEU급 12척을 발주했고, 2024년 인도될 예정이다. 여기에 2026년까지 현재 80만TEU 수준인 선복량을 1.5배인 120만TEU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어서, 해운 선사들의 공급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부문도 공급 증가는 뚜렷하다. 인천공항 운항 항공기 횟수는 내년 상반기에 2019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자연스럽게 화물 공급 능력 증가로 이어진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도 운임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내년에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하게 되면 생산·소비 증가로 이어지면서 물동량이 증가세로 돌아설 수 있다. 이는 물류업계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