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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경기도의 한 대형마트 주류코너에서 술을 살펴보고 있는 시민의 모습. 2023.3.2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의 한 일본식 주점은 소주 1병을 6천원에 판매하고 있다. 식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음식값을 올려야 그나마 버틸 수 있는데, 그렇다고 식자재 비용 인상분만큼 판매가를 올릴 수도 없어 대안으로 주류 가격을 조정한 것이다.

이곳 직원은 "우리 가게의 안주 메뉴는 회 위주라 가격대가 좀 있는 편이다. 여기에서 음식값을 더 올리면 손님들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대안으로 주류 가격을 인상했다"며 "주류를 많이 판매하다 보니 가격을 500원에서 1천원 정도 인상하면 어느 정도 매출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주 1병 6천원 시대' 전망에 정부가 주류업계에 인상 자제를 요구하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2월27일자 12면=소주값 인상 자제에 나선 정부… 전기·가스요금 상승폭도 조정), 고물가 상황에서 운영난에 허덕이는 경기도내 식당가에선 이미 '6천원 시대'가 열렸다.
주류업계, 정부 인상 자제에 "당분간 계획 없다"
고물가·공공요금 상승에 버티지 못하는 식당가
하나 둘 가격 조정 "이미 소주 6천원 식당 많아"
3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를 비롯한 주류업체들은 소주 가격 인상 계획이 당분간 없다고 밝혔다.

당초 소주의 원재료인 타피오카 가격과 주정 제조 과정에 필요한 병, 에너지 가격 등이 상승해 올해 주류업계가 출고가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유통과정에서 가격이 더해져, 식당에선 소주 1병이 6천원에 판매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왔다. 하지만 이후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실태조사에 착수하는 한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도 나서 인상 자제를 요구하자 이같은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경기도내 식당가 일각에선 출고가 조정 여부를 떠나 주류 가격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물가 상황에 난방비,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이 올라 운영난이 심화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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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지난해 일제히 올랐던 '국민 술' 소주와 맥주 가격이 올해 또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20일 서울 한 식당의 메뉴판. 2023.2.20 /연합뉴스

수원시 인계동의 한 낙지요리 전문점은 현재 소주를 5천원에 판매하고 있지만, 다음 달 500원 또는 1천원을 인상할 계획이다. 이번에 인상하면 2021년 개업 이후 세 번째 인상이다. 해당 식당의 지점장 김모(30대)씨는 "임대료가 비싼 인계박스 상점가들은 지금도 소주 1병을 6천원에 파는 곳이 많다"며 "고물가에 손님도 줄고 전기 요금마저 올라서 매출이 매달 10~20%씩 줄어들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류 가격이 재차 상승하면 상권이 침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해 주류 물가 상승률은 5.7%로, IMF 외환위기였던 1998년 이후 가장 높았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각 음식점에서 가스비, 전기요금 같은 공공요금과 인건비 등이 상승하다 보니 수익을 조금이라도 내기 위해 주류 가격을 인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길 수 있어, 식당 입장에선 오히려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