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동은 쉽고 민주주의는 어렵다┃패트리샤 로버츠-밀러 지음. 힐데와소피 펴냄. 144쪽. 1만4천원

책 '선동은 쉽고 민주주의는 어렵다'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선동가인 히틀러와 괴벨스. 현재 시점에서 봤을 때 우리는 이들이 명백한 악인이란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당시 나치 독일 치하 많은 선량한 시민들이 생각한 히틀러는 그렇지 않았다. 그가 구사하는 레토릭(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다양한 상징을 활용하는 과정)에 끄덕였다.

선동이 구사하는 레토릭은 치밀하다. 단순히 '선동가는 나쁘다'거나 '선동은 비이성적'이라는 정의만으로는 사회에 펼쳐지는 선동의 레토릭과 선동가를 가려낼 수 없는 이유다.

신작 '선동은 쉽고 민주주의는 어렵다'는 이런 레토릭을 펼치는 선동의 본질을 파헤친다. "선동은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선동은 복잡한 정책 이슈가 우리(좋음) 대 그들(나쁨)의 이분법으로 환원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 패트리샤 로버츠-밀러는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선동을 구별하고, 이런 선동이 사용하는 논쟁 방식의 오류를 조목조목 짚어낸다. 선동의 레토릭은 문제의 원인을 외집단에 돌릴 수 있기에 간편하고 매력적이기도 하다.

문제는 선동의 수사학이 거세질수록 민주주의는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구성원 모두가 공동의 삶을 함께 걱정하고 생산적인 논의를 이어가는 숙의의 과정은 무너지고 만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책은 구체적 사례와 치밀한 논증을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대화에 참여하게 해야 한다"며 선동에 맞설 방법을 논리적으로 제시한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