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외동포청' 소재지 결정을 자꾸 미루면서 인천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 인천이 가장 적합한 것으로 당정 의견 조율이 끝났는데, 타 지역의 반발을 의식해 발표를 미루고 있다는 의문에서다. 일부에선 정부가 소재지를 변경하기 위한 명분을 쌓으려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주에는 인천시의회 의원들이 대통령실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오는 6월로 예정된 정부의 '국가 첨단전략산업특화단지' 선정에서도 수도권이란 이유로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는 설이 돌면서 지역 정·관계가 뒤숭숭하다.

정부는 지난 12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재외동포청 소재지 선정을 위한 조율을 마쳤다. 대통령실 보고를 거쳐 2~3일 뒤에는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뚜렷한 이유도 없이 미뤄졌다. 후보지로 인천이 가장 유력했고, 일부 언론은 이를 기정사실로 보도했다. 하지만 4월이 다 가도록 외교부는 '검토 중'이란 말만 되풀이하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인천지역에선 이미 당정협의가 끝난 사안에 대해 발표를 미룬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외교부가 재외동포들을 상대로 다섯 차례나 설문조사를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의문이 커지는 양상이다. 정부가 타 지역으로 바꾸기 위해 꼼수를 쓰려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특화단지 선정을 앞두고도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인천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3개 분야 가운데 반도체 특화단지 공모에 응했다. 반도체 패키징 분야 세계 2·3위 기업과 남동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1천200여개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업체가 집적해 있는 등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췄다는 게 시 입장이다. 실제로 반도체는 인천지역 부동의 수출 1위 품목이다. 그런데 정부가 비수도권을 우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인천지역에서 경쟁력이 아닌 지역 안배 기조로 특화단지가 선정돼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정부 정책수립과 실행의 최우선 순위는 신뢰 확보일 것이다. 국민의 믿음을 잃은 정부는 존립할 수 없다. 재외동포청 소재지 발표가 보름 넘게 미뤄지면서 의심만 키우게 됐다. 인천지역 민심이 들끓고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특정지역 반발이 거세지는 등 후유증이 심각할 것이다. 외교부는 즉각 소재지를 발표하고 지연 사유를 설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