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혼 여성이 경기도 소속기관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중 해당 기관 남성 공무원의 스토킹 범죄 피해자가 됐다. 가해자의 집요한 스토킹으로 여성의 일상은 지옥으로 변했다. 여성이 자원봉사를 시작한 지난 10월, 가해자는 곧바로 범죄 징후를 보이더니 12월부터 본격적인 스토킹 범죄를 시작했다. 여성은 지난 1월 경기도와 경찰에 신고했고, 당연하게도 가해자로부터 안전해질 것으로 믿었다.
신고는 악몽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경기도는 2월 정기인사를 통해 가해자를 전근시키고, 3개월 조사로 결정한 징계안은 이달 중에나 징계위에 올릴 예정이다. 경찰은 여성에 대한 신변보호조치와 함께 가해자를 스토킹범죄처벌법으로 불구속 송치했다. 검찰이 기소한 이 사건은 6월 첫 공판이 열린다. 그런데 가해자는 피해자 신변보호조치가 종료되자 범죄를 재개했고, 보복과 협박이 추가된 범죄의 질은 더욱 심각해졌다. 경찰은 같은 혐의로 공무원을 재입건했다.
피해 여성은 자녀를 양육하는 평범한 가정의 주부다. 선의로 시작한 자원봉사의 결과가 지옥일 줄을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너무나 명백한 범죄와 피해에도 가해자가 자유로운 상태에서 2, 3차 범죄를 이어갈 수 있었던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 도청은 징계를 미루고 전근을 시켜 공직을 유지시켰다. 경찰은 '불구속' 관용으로 가해자의 인권을 보호했다. 가해자는 공무원 신분을 유지하며 자유로운 상태에서 피해자에 대한 범죄를 재개했다.
경기도와 경찰이 범죄의 지속을 방조할 리 없다. 그런데 결과가 그렇게 됐다.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초래한 제도와 시스템의 한계가 있을 것이라 짐작한다. 지난해 신당역 역무원 피살 사건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던 가해자의 소행이었다. 사회적 공분이 일자, 경찰은 가해자 피해자 분리 보호를 강조했고, 경기도는 전국 최초로 스토킹·데이트폭력 대응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선량한 자원봉사 여성에게 작동한 흔적이 없다. 사회적 참사의 경고를 말과 임기응변으로 허비하는 공권력의 고질이 지겹다.
피해 여성은 가해자가 법적 처벌과 중징계를 받아도, 이미 불안해진 삶을 치유하기 힘들다. 자녀를 키우는 엄마로선 불안의 강도가 더욱 심할 것이다. 믿을 데라곤 공권력뿐인데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공권력은 피해자를 최초의 범죄뿐 아니라 2차 가해 가능성에서도 완전하고 안전하게 분리할 때 의미가 있다.
[사설] 공무원의 집요한 스토킹 지옥에 갇힌 여성의 울분
입력 2023-05-02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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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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