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지난달 말 간호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현행 의료법 내에 포함됐던 간호사 관련 내용을 별도로 분리한 것이다. 간호사협회는 오랜 숙원이 해소됐다고 반겼으나 여타 의료 직군이 반발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달 중순 총파업을 예고했고, 간호보조사협회 등 13개 단체가 보조를 맞추기로 했다. 6일과 17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도록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도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제정안은 간호사의 업무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적정 노동시간 등 처우를 명시하고 있다. 논란이 된 내용은 간호법 제1조의 '지역사회'란 항목이다. 1조는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의료의 질 향상과 환자의 안전을 도모해 국민의 건강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의사들은 "간호사들이 단독으로 의료행위를 하거나 단독 개원할 여지를 줬다"며 반드시 막아내겠다는 강경 입장이다.
간호보조사 시험 응시자격을 특성화고 졸업자 또는 간호조무사 교습과정 이수자로 제한한 것도 논란이다. 학력제한 규정을 바꾸지 않아 전문대 이상 졸업자들이 학원에 다녀야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모순이 이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학력 상한을 둔 자격기준은 간호조무사가 유일해 위헌 소지가 크다고 한다. 간호조무사들은 '간호사를 보조해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 대목을 두고도 불만이다. 간호법이 시행되면 장기요양기관과 장애인복지시설에서 간호사 없이는 간호조무사를 고용할 수 없게 돼 간호사만 채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에서다. 임상병리사, 응급구조사, 방사선사, 요양보호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직군도 파업동참을 선언하는 등 반발기류가 번지는 양상이다.
간호법 제정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이뤄졌다. 표결 때 여당 의원들은 집단퇴장했다. 사회적 파장이 큰 민감한 사안을 법제화하면서 충분한 의견 수렴과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해 논란을 키운 것이다. 지난달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야당이 다수의 힘을 앞세워 입법 폭주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인천과 수도권에서 발생한 집단 전세대출 사기도 지난 정부 때 일방통행한 부실입법이 초래한 비극이란 지적이다. 국회 입법 활동이 거대 야당의 근육 자랑으로 변질해선 안된다.
[사설] 야당의 일방적 입법으로 논란 키운 간호법 제정
입력 2023-05-03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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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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