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이후 중단됐던 한·일 셔틀 외교가 복원됐다. 기시다 일본 총리는 7일 낮 한국에 도착, 서울 국립현충원을 참배했다. 12년 전 노다 요시히코 총리도 한일 정상이 상대국을 정례 방문하는 셔틀외교 차원에서 한국에 와 국립현충원을 찾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후 정상회담에서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와 대북(對北) 핵 공조방안 등 현안을 논의하고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강제징용 보상문제 등으로 냉각됐던 양국 관계 개선을 알리는 신호탄이란 평가다.

기시다 총리 방한은 지난 3월 윤 대통령 방일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이뤄졌다. 셔틀 외교를 복원해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기시다 총리와 일본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 문제에서 벗어나 미래를 향해 동반자 관계를 복원하자는 윤 대통령의 적극적인 행보에 일본이 반응했다는 평이다. 일본은 최근 한국에 대한 수출 품목제한 조치를 5년 만에 해제한 바 있다. 기시다 총리는 회담 모두발언에서 "양국은 북한과 인도·태평양 문제에 공동 보조를 맞춰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후쿠시마 방류수 문제와 관련,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시찰단 파견에 합의했다. 또한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해선 한·미·일 3국의 긴밀한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금융·관광·문화 등 각 분야 교류를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는 이날 과거사와 관련, 진전된 내용의 발언을 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3월 이후 '식민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과'라는 표현이 담기 김대중 오부치 선언을 계승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주말 대통령실 주변에서 기시다 총리의 방한과 관련한 찬·반 집회가 열렸다.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진솔한 사과가 먼저라는 주장에 미래를 향한 대승적 행보라는 주장이 맞섰다. 공동회견을 두고 여당은 양국 정상의 신뢰가 양국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과거사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었고, 진전된 내용이 없는 정치적 쇼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셔틀 외교가 복원됐다고 양국 관계가 정상화된 것은 아니나 동반자적 미래를 향한 전환기를 맞았다. 밥 한술에 배부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