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민 전체가 들고일어나 반대해 온 구로차량기지 광명이전사업이 무산됐다. 기획재정부는 9일 재정사업평가위원회를 열어 문제의 사업을 아예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대상에서 제외해 백지화 시켰다. 표면적으로는 사업의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지만, 광명시와 시민들의 거센 반발을 수용한 결과로 보인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지역의 민심을 경청하고 수용하는 정책 결단을 내린 것은 다행이다. 광명시와 시민들이 이 소식에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동안 이 문제로 광명시민이 겪은 집단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방증하는 대목이다. 정부는 이 대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2005년 계획을 입안한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사업은 18년 동안 광명시민의 반발로 표류했다. 사업의 시작은 도심화로 애물단지가 된 차량기지 이전을 요구하는 구로구 민원 때문이었다. 처음엔 KTX광명역 인근 KTX 주박기지를 예정지로 찍었다가 무산됐다. 2010년엔 시흥보금자리지구 지정과 차량기지 지하화를 전제로 노온사동 이전을 추진했다. 하지만 지구지정은 무산됐고 지하화는 예산문제에 봉착하자, 정부는 일방적으로 지상화를 추진했다.

차량기지 이전 사업이 이처럼 널을 뛴 것은 처음부터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다는 증거였다. 계획 입안 단계 전에 선행됐어야 할 광명시와 시민 설득 절차도 없었던 마당에, 정부는 마치 광명시가 국유지인양 마음대로 사업 청사진을 변경해가며 사업 타당성을 유지해온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광명시와 자치시민인 광명시민이 안중에 없는 횡포였다.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 사업 무산은 중앙정부의 막강한 공권력을 작은 지방정부가 저지한 보기 드문 사례다. 지방자치 역량이 고도화된 시대에 정부가 계획과 법령만으로 자치단체를 찍어누르고 정책을 밀어붙이는 일방통행식 행정은 불가능하다. 정부가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자치정신을 역행한 정부의 구태 행정으로 인한 유무형 피해가 막대하다. 사업이 18년 동안 표류하는 사이에 광명시의 도시개발은 지체됐고, 최종적으로 구로구민의 민원은 좌절됐다. 게도 구럭도 다 잃었다. 국토부와 기재부는 지금까지의 사업계획을 깔끔하게 포기해야 한다. 국무총리실은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사업의 전말을 백서로 만들어 전 부처와 공유하는 것으로, 행정 개혁의 거울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