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여(劍如) 유희강(柳熙綱, 1911∼1976)의 작품을 인천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인천시는 지난 2일 인천시립박물관과 성균관대학교 박물관 간에 검여 유희강 관련 유물의 교류 및 공동연구 수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다고 밝혔다. 이로써 성균관대학교에 기증된 1천여점의 검여의 서예작품 및 생애사 관련 자료들을 인천시민들도 시립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검여는 인천 서구 출신으로 현대 서예사를 개척하였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인천시립박물관은 성균관대학교에서 소장하고 있는 검여의 작품과 생전에 사용하던 인장, 벼루, 붓 등의 소품을 가져와 상설로 전시할 예정이며, 2027년 인천뮤지엄파크 완공 후에는 검여 유품의 별도 전시 코너를 마련해서 시민들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검여의 유물은 본래 인천시립박물관에 기증 의사를 밝혔지만 수장고 부족 등을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유족들이 검여가 수학했던 대학을 택하게 된 과정을 돌이켜 보면 안타깝다. 검여와 쌍벽을 이뤘던 서예가 동정 박세림의 유품도 대전으로 갔다. 유족들은 동정의 작품과 유품을 인천에 기증하려 했지만 인천시가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아 결국 동정의 제자의 소개로 대전대학교에 기증했다. 인천이 낳은 최초의 미학자이자 미술사가인 우현 고유섭의 유품도 인천에 없다. 우현의 친필원고를 비롯한 문화재급 미술사 연구 자료들도 모두 동국대 박물관으로 갔다.
한국 사상사의 큰 줄기인 강화학파의 자료도 인천에 없다. 강화 양명학을 연 정제두의 하곡집(霞谷集)은 국립중앙도서관과 서울대학교 도서관에 있다. 인천이 낳은 실학파 거두 소남 윤동규의 고문서와 유물도 인천시립박물관에 기탁되었지만 나중에 한국학중앙연구원으로 가고 말았다. 성호 이익의 수제자였던 소남 종가에 전해지던 고문서 1천여점과 서책, 300여점의 유물은 인천이 강화학파와 함께 실학의 고장이었음을 알 수 있는 유산이었다.
이번 두 박물관간의 업무협약으로 추사 이래 최고 서예가로 평가돼온 검여의 작품을 인천에서 관람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크게 환영할만한 일이다. 한편 이번 협약은 지역 외에 소재하고 있는 인천 관련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관리 정책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특히 인천의 문화예술인이 창작한 걸작과 유품들은 지역 문화유산 차원에서 관리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그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사설] 검여 유품의 귀향과 지역문화유산 관리
입력 2023-05-1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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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2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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