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낮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의 한 스쿨존에서 조은결(8) 군이 시내버스에 치여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50대 운전자가 몰던 시내버스가 우회전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조군을 치어 숨지게 한 것이다. 버스가 교차로를 지날 당시 우회전 신호는 적색이었는데도, 운전자는 일시정지하지 않은 채 시속 10~20㎞로 횡단보도를 지나친 것으로 알려졌다.

끔찍한 사고현장엔 조군을 추모하는 시민 발길이 이어졌다. 횡단보도 위에는 조군을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이 놓고 간 꽃과 과자, 장난감, 추모편지가 쌓였다. 빈소가 마련된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도 아침 일찍부터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14일 오후 발인식에선 가족과 지인들이 해맑게 웃고 있는 조군의 모습이 담긴 영정을 보며 오열하는 가운데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경찰은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특가법 위반(어린이보호구역 치사) 혐의로 시내버스 운전자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스쿨존 사고에 대한 처벌 규정이 강화됐는데도 불구, 중대 사고가 잇따르면서 사회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초, 대전 스쿨존에서 초등생 배승아(9) 양이 인도로 돌진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지기도 했다. 불과 한 달여 만에 수원에서 대낮에 스쿨존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생이 안전을 지키지 않은 운전자에 의해 희생된 것이다.

'조군 아버지'라고 밝힌 시민이 지난 12일 국회 사이트에 '스쿨존 내 음주운전, 신호위반 사고 엄중 처벌 요청에 관한 청원'을 냈다. 교차로 회전구간과 횡단보도간 거리 확장, 스쿨존 내 펜스 및 안전장치 강화, 운전면허 관리법 강화(범법 행위 시 벌점, 면허취득 결격 기간, 벌금 강화), 스쿨존 내 CCTV 관제 시스템을 통한 신호 위반 및 과속 단속 등의 내용을 담았다. 14일 오전 현재 1만5천500명 넘는 동의를 받았다. 30일 내 5만명 이상 동의를 얻으면 국회 상임위에 회부된다.

'민식이법' 제정 이후에도 스쿨존 인사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조군 아버지는 "언제까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죽고 다쳐야 하고, 그 가족들이 고통 속에 살아야 하냐"고 비통해했다. "우리 아이가 죽은 그 자리에 여전히 차들이 신호위반을 하고 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운전자들의 안전 인식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전국 스쿨존에서 계속 어린 희생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준엄한 경고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