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학생과학관 내 천체 투영실에서 운영 중인 고가 장비들을 전면 교체하는 사업이 추진되는 가운데 예산낭비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20억원이 넘는다는 별자리 관측장비 '광학식 투영기'는 품질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 데다 내구연한도 한참 남아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다.

인천학생과학관은 별자리를 관측할 수 있는 '광학식 투영기'(독일 제품)와 별자리 관련 이미지나 영상을 보여주는 '디지털식 투영기'(일본 제품) 등을 보유하고 있다. 광학식 투영기는 독일 회사 '칼 자이스(Carl Zeiss)' 제품으로, 이 분야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보통은 30년, 길게는 50년까지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게 해당 광학식 투영기를 관리하는 업체 측 입장이다. 이는 내구연한을 의미하는 것인데, 인천학생과학관 투영기는 19년밖에 쓰지 않았다. 천체투영실의 다른 한 축이라고 할 디지털식 투영기도 14년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인천시교육청 교육과학정보원은 학생과학관 천체투영실의 천체 투영 시스템(광학식·디지털식)을 철거하고 최신 장비를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기존 광학식과 디지털식 투영기는 낡은 데다 제조사가 각기 달라 서로 호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육과학정보원은 투영기들이 완벽하게 동기화되는 최신식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설치하면 영상관람 중에도 천체 투영이 가능해져 어린이 등 방문객들의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란 기대다.

사업을 통해 천체투영실의 낡은 환경(돔 스크린, 좌석, 음향시설 등)도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소요예산은 23억4천800만원이다. 교육과학정보원은 최근 조달청 나라장터에 '인천학생과학관 천체투영실 개선사업' 입찰 공고를 내고 지난 10일까지 제안서와 가격입찰서를 받았다. 광학식 투영기 관리업체는 내구연한이 아직 많이 남은 상태에서 시스템을 철거하는 것은 낭비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통해 호환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며 교육과학정보원 측 입장을 반박한다.

양측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상황이다. 인천시교육청은 시민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고가의 기존 장비들을 활용하면서 문제점을 개선할 해법은 없는지 세밀하게 따져보길 바란다. 만약 교체가 불가피하다면 이 장비들을 폐기하지 않고 유용하게 활용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