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에너지 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오늘부터 전기요금은 ㎾h당 8원, 가스요금이 MJ당 1.04원 인상된다. 4인 가구 기준 평균 인상분이 전기요금 3천20원, 가스요금 4천431원이다. 정부는 요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을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 대해서는 평균 사용량까지는 인상분 적용을 1년간 유예하고,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분 역시 3년에 걸쳐 3분의 1씩 반영키로 했다.
저소득층과 농민에 대한 요금 인상 유예 및 분산 반영은 이번 에너지 가격 인상이 전국민에 미칠 광범위한 영향력을 반증한다. 정부는 물가인상을 우려해 인상폭을 최대한 자제했다지만 지난 겨울 난방비 폭탄 사태와 같은 민심의 동요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주목받았던 전기요금 인상은 물가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 제조단가 인상으로 각종 공산품 가격 인상의 빌미가 될 것이 뻔하다. 또한 음식점 등 자영업자들의 수지 악화가 심각해질 것이다. 냉방과 전열기구 사용 등 전기 없이는 업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서 비용 지출이 커지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냉방비 폭탄이 거론되는 이유이다.
문제는 전 정부부터 불가피했던 전기, 가스요금 인상이 지연된 채 현 정부의 테이블에 올라왔다는 점이다. 전 정부가 마땅히 감수해야 할 결정을 미루는 바람에 겪는 부작용이 엄청나다. 특히 한국전력은 요금인상이 유예된 2021, 2022년 동안 38조4천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부채규모가 200조원에 육박하는 부실 공기업이 됐다. 그 사이 국민과 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전기를 펑펑 썼다.
에너지 최빈국이 수입 에너지를 펑펑 쓰는 대신, 적자를 부채로 누적시켜온 에너지 정책으로 민심을 홀려왔다. 역대 정부는 요금 인상에 반발할 여론과 정치적 부담이 두려워 이처럼 뻔한 속임수 요금정책을 유지하고, 인상 결단을 다음 정권에 넘겼다. 결국 한전이 부도 직전에 몰리고, 한전 채권이 국가 경제를 망가뜨릴 지경에 처하자, 윤석열 정부가 요금 인상 결단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인상으로도 한전, 가스공사의 적자 구조 해소는 불가능하다.
역대 정부가 에너지 요금 정책의 정상화를 차곡차곡 진행했다면, 지금쯤 에너지 과소비 행태가 바로잡혔을 테고, 원전 폐지 같은 무지한 결정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고통을 미룬 역대 정부로 인해, 현 정부의 에너지 요금 인상으로도 고통의 본질을 해소하지 못하는 지경이 됐다. 윤석열 정부는 달라야 한다.
[사설] 정치에 오염된 에너지 요금정책의 비참한 결말
입력 2023-05-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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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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