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은 지방의회에 조례안, 건의안 등 안건을 제출하는 권한인 발의권을 갖고 있다. 인천시의회 발의 조건은 재적의원 5분의1 이상 찬성이다. 재적의원이 40명(국민의힘 26명, 더불어민주당 14명)이니 최소한 동료 의원 8명의 찬성을 받아와야 안건을 발의하고 의회 소관 상임위원회의 심사를 받게 된다. 찬성의 뜻을 넘어, 안건의 취지와 내용에 충분히 공감하는 경우 공동 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다. 공동 발의 의원은 함께 안건의 의결까지 책임져야 한다. 안건을 철회할 때도 공동 발의 의원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다.
지난해 7월 출범한 제9대 인천시의회에서 공동 발의가 남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9대 의회 개원 후 의원 발의 조례안 102건 중 공동 발의자 수가 10명 이상인 것이 78건이었다. 10건 중 7~8건의 공동 발의자가 두 자릿수였다. 재적의원 47명인 부산시의회는 같은 기간 의원 발의 조례안 121건 중 10명 이상의 공동 발의안이 단 2건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된다. 공동 발의자와 찬성자의 차이는 조례안 의결의 책임 유무에 있다. 공동발의자에게는 대표발의자와 함께 안건을 숙지하고 반대 토론에 대응하는 책임이 부여된다.
'실적 쌓기 경쟁'이 공동 발의 남발의 원인 중 하나다. 의정 활동을 열심히 했다는 증표로 유권자에게 알리고, 공천 등 정치적 이익을 챙기려는 의도이다. 실제 인천시의회 한 의원은 1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 53건의 조례안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또 공동 발의와 찬성의 개념, 차이점을 구분하지 못하는 의원들도 일부 있다. 실제 지난 11일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회 조례안 심사에서는 해당 안건의 공동 발의 의원 2명이 대표 발의 의원에게 안건의 문제점을 캐묻는 촌극도 발생했다. 자신의 역할이 뭔지도 몰랐다는 소리다.
정작 인천시의회 내부는 공동 발의 남발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이지만. 지방의회(의원)의 권한과 책임을 생각하면 쉽게 넘길 일이 아니다. 자치법규인 조례는 지방자치 사무를 규정한다. 조례에 따라 자치 사무의 방향과 소요 예산이 결정된다. 개개인이 독립 기구인 지방의원은 조례안을 제출하고, 심사하고, 찬반 토론을 거쳐, 의결 여부를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그 시작점인 조례 발의권이 남발되면 지방자치가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 무턱대고 다다익선을 좇기보다 과유불급은 아닌지 헤아려 볼 때다.
[사설] 겉치레 의정 보여주는 공동발의 조례안 남발
입력 2023-05-22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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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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