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덕 공인중개사들이 여전히 성업 중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월 27일부터 5월 19일까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실시한 전세 사기 의심 공인중개사들을 특별 점검한 결과 공인중개사 242명 중 99명(41%)이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 특별점검에서 위반행위가 확인된 108건 중 등록취소 1건, 업무정지 28건, 과태료부과 26건 등 행정처분을 내리는 한편 오는 7월 말까지 전국의 의심사례 모두를 조사하는 2차 특별 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불법행위에 연루된 공인중개사는 관련 법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라 밝혔으나 시장은 별로 기대하지 않는 눈치이다. 현행 공인중개사법은 공인중개사가 부동산 거래계약서를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중개대상물을 부정확하게 소개할 경우 관할 시·도지사가 공인중개사 자격을 정지하거나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경징계에 그쳐 전세 사기 적발은 언감생심인 것이다. 작년에 지자체가 징계한 행정처분 1만1천477건 중 1만214건(89%)은 과태료 또는 경고 시정에 그쳤다. 지난해 인천 미추홀구에서 주택이 경매에 넘어갔는데도 이를 숨기고 전세계약을 체결해 임차인 161명으로부터 전세 보증금 125억원을 빼돌린 '건축왕' 일당 중 9명이 공인중개사였지만 자격취소 혹은 자격이 정지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이 사건에서 전세금을 날린 20∼30대 청년 세입자 3명이 잇따라 자살했다.

국토부는 이번 달부터 영업정지 등의 처분을 받은 공인중개사의 이력을 공개하기로 하고 지방자치단체에 중개사들의 동의서 징구를 요청하고 있으나 효과는 의문이다. 공인중개사들이 징구 요청에 불응하면 그만인 것이다. 또한 공인중개사 수가 전국적으로 49만5천여명인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한정된 행정력만으로 이들을 모두 관리, 감독하는 것도 역부족이다.

관행적인 솜방망이 처벌이 화근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17일에 출범한 부동산중개업 제도개혁 태스크포스(TF)에서 다각도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공인중개사들이 적지 않은 수수료를 받으면서도 중개사고 발생 시 책임을 회피하는 한 서민들의 피해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공인중개사들에게 피해금액의 일정 부분을 변상하도록 하는 식의 제도개선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