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의회 한 시의원이 해외연수 중 공무원들을 상대로 갑질과 폭언을 했다는 동료 의원 폭로가 나와 파문이다. 해당 의원은 "(시의원이) 왜 가방을 들어야 하느냐"며 공무원에게 떠넘겼다고 한다. 얼마 전 사회적 공분을 샀던 동료 의원에 대한 술자리 성추행 사건에 이어 갑질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부천시의회를 향한 비난 여론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

부천시의회 국민의힘 박혜숙 시의원은 지난주 정례 본회의에서 해외연수 중 더불어민주당 임은분 재정문화위원장이 갑질과 폭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재정문화위 소속 의원 7명과 공무원 2명은 지난 4월 5~11일 프랑스 파리와 독일 등지를 다녀왔다. 박 의원에 따르면 임 위원장은 연수기간 내내 불평불만을 했고, 일행들을 불편하게 했다. 함께 간 공무원들이 식사 중인데도 자리로 불러 의전 문제로 혼을 내기도 했다.

박 의원은 또 의원들 가방을 공무원들에게 들도록 하는 등 갑질로 여겨질 만한 행동을 해 부끄럽고 안타까웠다며 사과와 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임 위원장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고 사과드린다면서도 갑질과 폭언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가방을 들라고 한 적이 없고, 의정 문제로 갑질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동료 의원이 (갑질을 했다는 취지의) 말을 해 사과할 용의가 있다고 했고, 의회에 찾아가기도 했다고 밝혔다.

성추행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한 민주당 박성호 시의원에 이어 상임위원장의 갑질·폭언 의혹이 제기되면서 부천시의회가 초유의 위기를 맞게 됐다. 시의회는 90%가 넘는 찬성률로 박 의원을 제명 처리했다. 소속 정당은 물론 동료 의원의 불명예를 초래하고, 지방의회에 대한 불신·불만을 키우게 됐다는 비판이다. 해당 의원도 사과할 용의가 있다고 한 만큼 명예 회복 차원에서 자진 용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남성 시의원은 술자리에서 동료 의원들을 상대로 노골적인 성추행을 했다. 상임위원장은 해외에 나가서까지 공무원에게 갑질과 폭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지방의회의 실추된 위상은 수십 년 동안 축적돼온 의원들의 자화상일 것이다. 갑질 의혹을 받는 시의원이 성추행한 동료를 퇴출하기 위한 투표를 하는 코미디가 연출됐다. 이러고도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겠다며 의정활동을 할 수 있겠는가. 부천시의회는 즉각 갑질 폭로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서 합당한 조치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