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 지형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올해 들어 미국이 한국의 최대 무역 흑자국으로 등극한 것이다. 베트남, 인도, 호주 등에서의 약진도 눈길을 끈다. 반면에 한중 수교 20년 동안 최대 수출국이던 중국의 위상은 흔들리고 있다.
지난 6일 관세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1∼5월 대미 수출 누적액은 455억 달러로 1위인 중국에 뒤지나 대미 무역흑자액은 143억 달러로 1위를 기록했다. 전기차와 이차전지, 자동차부품, 일반기계의 수출실적이 두드러졌다. 대미 수출은 최근 1년간 매달 90억달러 내외를 유지하며 지난 20년간 부동의 1위를 유지하던 대중 수출액을 거의 따라 잡았다. 미국으로의 수출은 2016년(665억 달러) 이후 꾸준히 늘어 작년에는 1천98억 달러로 65.1% 껑충 뛰었다. 한편 올해 1∼5월 대중국 수출액(497억 달러)은 작년 같은 기간(684억 달러)보다 27.3%나 줄었다. 대중 수출은 지난해 6월부터 1년째 하락 중인 바 지난 5월에는 17억4천만 달러 적자를 시현했다. 우리나라의 총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25.5%, 2022년 22.8%, 올 1∼3월 19.5% 등으로 계속 줄어드는 추세이다.
중국발 적색등이 주목되는 이유이다. 중국 경기둔화, 제로 코로나 정책 등의 영향이 컸지만, 과거와는 다른 경제성장 패턴이 근본원인이다. 중국이 첨단제조업 육성 프로젝트인 '중국 제조 2025' 추진 후 반도체 등 자국산 중간재 보급률을 높이면서 한-중 교역이 보완관계에서 경쟁 관계로 전환된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은 '홍색 공급망' 구축에 더욱 열중해 한국의 중간재들이 파고들 틈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중국의 고도성장 기간 우리나라가 중국에 반도체와 가전제품 등을 팔아 호황을 구가하던 동반성장 모델이 수명을 다했다.
글로벌 밸류체인(GVC)이 동요하고 있다. 1980년대 말 소련붕괴 이후 미국 중심의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기업들은 최적의 환경을 찾아 세계 각처에 촘촘한 생산-유통 네트워크를 구축했지만 미국의 영향력 둔화 내지 미·중 갈등이 점차 심화하면서 GVC가 왜곡되거나 와해되는 것이다. 수입선 다변화도 중요하나 인접한 세계최대 시장은 더 중요하다. 대중 기술격차 확대와 글로벌 밸류 체인 확보를 위한 경제외교 역할이 강조된다.
[사설] 수출 한국의 글로벌 마케팅 전략 새로 짜야
입력 2023-06-07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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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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