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군의 숙원사업인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이 정치 때문에 흔들리면서, 주민설명회가 취소되는 등 사업 자체가 지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토부가 최근 공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발단이 됐다. 노선의 양평 종점을 기존의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변경하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평가했다. 그런데 강상면 종점 인근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 친정 일가가 2만2천여㎡의 토지를 공동 보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제가 됐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2017년 정부 사업으로 확정되고, 2021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할 때까지 양서면이던 노선 종점이,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갑자기 강상면으로 바뀐 것은 김 여사와 친정에 대한 명백한 특혜라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충분히 제기할 만한 의혹이다. 하지만 사업의 실제적인 효과에 대한 이해가 전제된 것인지는 의문이다.
야당의 정치적 의혹 제기에 지난 3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정무적으로 대응했다. "늘공과 어공의 차이가 있다"며 원점 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사업의 효율만 따지는 국토부 공무원이 정무적 판단을 그르쳐, 자신이 바로잡았다는 뜻이다. 국토부 담당 부서는 종점을 강상면으로 변경해도 김 여사 일가가 얻을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단다. 하지만 정치적 해석으로 인한 오해는 피해야 하고, 그래서 "정무직 장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사업의 본말을 뒤집는 정치적 의혹과 정무적 대응이다. 서울~양평고속도로는 주말이면 교통지옥으로 변하는 국토 6호선 교통량 분산을 위한 사업으로 양평군민은 물론 수도권동남부 국민의 숙원이었다. 1조7천억원대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다. 사업의 기준은 철저하게 도로개설 효과여야 한다. 이 기준에 부합하면 종점 변경도 해야 맞다. 그런데 야당의 정치적 의혹 제기와 국토부 장관의 정무적 대응이 전면에 부각하면서, 종점 변경의 사업적 타당성을 따지는 일은 뒤로 밀렸다.
급기야 사업 개시를 알리는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람 및 주민설명회도 취소됐다. 양평군 양서면과 강상면 주민들은 종점 유치를 두고 대립하기 시작했다. 국민의 오랜 숙원 사업에 정치가 개입하면서 사업 자체의 지연은 물론 지역 갈등을 촉발시켰다. 자칫하다가는 사업 자체가 표류할 위기다. 정치가 상식과 이성의 영역을 허무는 현상이 일상이 되고 있다.
[사설] 정치와 정무에 흔들리는 서울~양평고속도로
입력 2023-07-04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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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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