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문화 창달의 길잡이 '새얼문화재단'은 1993년 겨울에 인문교양 계간지 '황해문화' 창간호를 내놨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현상을 다루는 담론의 장이 인천에도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다. 황해문화는 3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순응보다는 새로운 전환을 서슴지 않는 자기 긴장을 유지해왔다. '세계적 시각에서 지역을 보고 지역의 눈으로 세계를 보는 상호 침투적 시각을 견지한다'는 창간선언문의 뜻을 고수하며 쉼없이 달려온 거였다. 그로 인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진 알았지만, 지식인들 사이에선 상당한 인지도를 쌓았다.
종이 잡지의 시대가 저물면서 전국 유수의 계간지가 하나둘 폐간하는 와중에도 '황해문화'는 뚝심으로 명맥을 유지하며 계절마다 7천 부씩 발행한다. 4천여명의 정기 구독자와 함께 새얼문화재단의 간섭 없는 지원 또한 황해문화의 꾸준하면서도 거침없는 항해에 추진력이 되어주고 있다.
새얼문화재단은 황해문화 통권 120호 발간기념 학술심포지엄을 최근 개최했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하여, 다중재난 시대의 새로운 길 찾기'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에선 '다중재난'의 현실을 다양한 층위에서 드러내고 이를 극복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기후위기와 기후정의운동, 위기의 세계, 디지털 자본주의와 노동 등을 키워드로 첨예한 토론이 이어졌다. 또한, 한국 사회에 동시다발, 복합적으로 찾아오는 위기에 대한 해법을 찾는 노력을 촉구했다. 가난한 사람에게 더욱 가혹한 위기에 대해 정의로운 전환의 한 방식(대안)으로 '풀뿌리 운동'이 제시됐다. 위로부터의 제도 정비만으로 이룩할 수 없는 부분을, 가장 고통받고 빈곤하며 폭력과 차별에 빈번하게 노출되는 사람들을 중심에 두는 풀뿌리 사회운동이 확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황해문화는 심포지엄을 통해 신자유주의적 축적체제 자체의 전환을 엄정하게 제기했다. 코로나 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에도 신자유주의적 축적체제는 재난자본주의로 재편하면서 지구적 위기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는 와중에서다. '황해문화'는 작금의 전 지구적 위기국면에서 진정한 전환문제를 사회적으로 의제화하고 실제적 동학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황해문화의 향후 길 찾기 또한 인천이라는 경계 지역이 지속해서 이어내는 상호 연결과 다원적인 공존의 내력에 근거한 구도로 진행된다. '황해문화'의 앞으로 30년이 기대되는 이유다.
[사설] 창간 30년 '황해문화', 가치 되새기다
입력 2023-07-10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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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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