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화성시 양감면의 한 택배 물류터미널에서 30대 초반 베트남 노동자 당꾸이쭝씨가 숨졌다. 택배상자 안에 있던 우레탄폼 스프레이가 폭발하는 사고 때문이었다. 위험한 택배 화물을 걸러낼 택배표준 약관은 무용지물이었고, 약관을 강제할 법과 제도는 없었다. 안전 사각지대에 방치된 위험물질 택배가 한 외국인 노동자의 생명을 앗아갔고, 수많은 택배 노동자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택배 표준약관'은 이번 사고의 원인인 우레탄폼 스프레이처럼 폭발 위험성이 큰 가스류(부탄가스 등), 배터리류 등을 집화 금지 상품으로 규정하고 있다. 택배 대상에서 아예 제외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약관은 무의미하다. 택배회사와 영업소들이 위험 물질 택배를 걸러낼 검수과정을 불필요한 시간과 노동력 낭비로 여겨 무시하기 때문이다. 표준 약관은 법적으로 아무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 택배회사들의 전국 영업소에는 폭발 위험 상품들이 담긴 택배상자가 쌓여있을 것이다. 경동택배 본사가 화성 사건 직후 전국 영업소와 지사에 긴급 공문을 발송해 우레탄폼 스프레이 상품의 무기한 수탁금지를 결정했다. 전형적인 늑장 조치이자 미봉책이다. 폭발위험 물질 전체가 아니라 우레탄폼 스프레이만 문제였다는 인식이 놀랍다. 다른 위험 물질들은 인명 사고가 나기 전엔 안전하다는 뜻인지 묻고 싶다.
전문가들은 위험 물품 유통을 제도적으로 통제할 법규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레탄폼 스프레이뿐만 아니라, 화학류, 배터리류 등 폭발 위험이 큰 물품의 택배 배송은 전문적인 인력과 장비가 전담해야 맞다. 지금처럼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폭발물 택배 행렬이 거리를 누빈다면 예정된 사건 사고를 막기 힘들다.
국내 택배 시장이 폭발적으로 확장하면서 택배 산업의 경제 및 사회적 영향력도 높아졌지만, 법제도의 미비로 많은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베트남 노동자의 사망은 택배 산업 현장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보여준다. 재발하면 안될 참사다. 위험물질이 안전대책 없이 택배망을 타고 전국을 도는 일도 무섭다. 택배 안전 유통을 위한 전반적인 입법 정비가 시급하고 절실하다. 더불어 이번 사고와 관련해 업체가 약관의 의무를 다했는지 당국의 철저한 조사도 이뤄져야 한다.
[사설] 폭발 위험물질이 택배로 전국을 누비고 있다
입력 2023-07-13 20:36
지면 아이콘
지면
ⓘ
2023-07-14 15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