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자이 아파트 지하 주차장 1·2층 지붕 층이 연쇄적으로 붕괴해 무너져내렸다. 국토부가 두 달 넘게 사고원인을 조사했는데, 전체 기둥의 60%에 철근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뼈대가 없는 '순 살 아파트'란 오명이 붙은 이유다. 콘크리트 강도가 설계기준보다 30% 낮았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공사를 발주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물론 감리까지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 입주 전이라 대형 참사는 면했으나 충격적인 붕괴사고 이후에도 관행처럼 굳어진 건설안전 불감증이 여전하다는 게 현장 목소리다.
민주노총 건설노조에 따르면 중부지방에 비가 내린 지난 13일에도 경기도 내 12개 건설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이 진행됐다. 노조가 확보한 영상자료엔 굵은 빗줄기에도 우비를 입은 노동자들이 거푸집 위에 콘크리트를 붓는 모습이 온전히 담겼다. 다른 주택건설 현장 영상에도 비슷한 모습이 촬영됐는데, 노조 측은 확인된 현장 말고도 우중 작업을 한 공사장이 더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경기도 대부분 지역엔 호우주의보가 발효된 상황이었다. 건설노조는 공기(工期)가 맞춰져 있고, 사측도 작업을 재촉하기 때문에 비가 와도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관행적으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건설전문가들은 비가 올 때 콘크리트를 타설하면 강도가 약해질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콘크리트 강도가 낮아져 붕괴 등 대형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콘크리트는 물과 시멘트의 비율이 굉장히 중요한데, 비가 내릴 경우 강우량만큼 필요 이상의 물이 콘크리트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실제 6명의 인명 피해를 낸 광주광역시 화정 현대아이파크 붕괴 사고는 콘크리트 강도 부족이 부른 참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준공기일을 맞추기 위해 한겨울 양생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바람에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내린 것이다.
현행법상 우천 시 타설작업을 막을 근거는 없다. 비 오는 날, 현장마다 감리기준이 들쑥날쑥 적용되는 이유다. 우중 타설이 콘크리트 강도를 떨어뜨릴 것이란 사실이 자명한데도 이를 막을 법적 잣대가 없어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일정 기준을 넘어서는 양의 비가 내리면 모든 현장의 작업을 중지시킬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해 보인다. 무엇보다 굵은 빗줄기를 뚫고 타설을 강행하는 관행이 먼저 개선돼야 한다.
[사설] 장대비에도 콘크리트 타설하는 안전불감증
입력 2023-07-16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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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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