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31명이 지난 14일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체포동의안이 제출될 경우 구명 활동을 하지 않고, 본회의 신상발언에서도 불체포특권 포기 의사를 분명히 밝히겠다"고 했다. 불체포특권에 대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국회 대표 연설에서 포기할 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이후 당 차원의 논의가 지지부진했다. 민주당 혁신위원회 역시 1호 혁신안으로 내세웠지만 친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 움직임이 강해서 13일 의원총회에서도 찬반 토론 끝에 결론을 내지 못했다.

국회의원들의 불체포특권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헌법에 보장된 국회의원의 권한을 원천적으로 막는 근본적인 방법은 헌법 개정뿐이다.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 현행의 헌법 조항을 마냥 부정할 것만도 아니다. 그리고 헌법에 보장돼 있는 불체포특권은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불체포특권이 헌법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국회의원들의 비리를 감싸는 중요한 방어기제로 작동돼 왔던 게 작금의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른바 '방탄국회'를 열어 비리 의원을 감싸며 헌법의 특권을 남용해 왔다. 특히 민주당 이 대표와 노웅래 의원,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서 구태를 혁파하지 못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태를 보여왔다. 불체포특권이 민주당의 혁신 과제로 떠오른 배경이 아닐 수 없다.

지난 금요일 선언을 주도한 측에서는 '비명·친명 프레임으로 볼 수 없는 사안'이라며 계파 갈등으로 비치는 상황을 경계했으나 불체포특권을 둘러싼 입장 차이가 이 대표와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비명계보다 주로 친명계 의원들이 불체포특권에 대해 집착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당면한 많은 개혁 과제 중에 불체포특권에 대해서 어정쩡한 태도를 보인다면 다른 어떠한 혁신도 이룰 수가 없다. 이미 많은 국민은 국회에 제출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는 국회의 행태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회 불신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이번에도 민주당이 의총에서 불체포특권에 대한 포기 당론을 관철하지 못한다면 민주당의 혁신은 동력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혁신은커녕 퇴행을 일삼는 위선적 정당으로 각인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