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인천도시공사(iH)가 송도국제도시 노른자위 땅 'R2 블록' 개발 방식을 협의하고 있는데, 그간 오간 내용이 비상식적이다. 경인일보 취재에 따르면 인천경제청과 iH는 송도 8공구 핵심 상업업무용지인 R2 블록(약 15만8천㎡)을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천경제청, R2 블록 소유주인 iH, 부동산 디벨로퍼 A사가 R2 블록 개발사업과 관련해 양해각서(MOU)를 교환할 것이란 얘기까지 들린다. 양해각서는 법적 강제성이 없지만, R2 블록 개발 논의가 A사를 염두에 둔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는 의심을 사기엔 충분하다.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대규모 개발사업은 대부분 경쟁입찰방식으로 시행사(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 개발 방향과 내용, 업체의 수행 능력, 개발이익 적정성 등 따져야 할 사안이 한두 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경쟁입찰은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면서 최적의 시행사를 찾는 방법이다. 이런 방식으로 시행사를 선정해도 논란이 일거나 법정 공방이 벌어지는 마당에 수의계약을 검토하고 있다니, 특혜논란을 자초하는 꼴이다. 국내 굴지의 바이오 업체가 생산시설을 증설하겠다고 해 공장 부지를 수의계약하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 물론 민간업체가 부지를 확보해 개발사업을 제안하는 경우도 있는데, R2 블록은 여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인천경제청은 R2 블록을 '케이팝 시티'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데, 어떤 콘셉트로 무슨 시설들을 유치할 것인지 '청사진'조차 제시한 적이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매각이 논의되고 있다고 하니 앞뒤가 바뀐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송도 주민들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민간업체의 사업성을 고려해 오피스텔 등 주거시설 건립을 허용해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과거 인천시가 R2 블록의 용적률과 고도 제한 등 규제를 완화하자 송도 주민들은 오피스텔 등 주거시설 건립을 막아달라는 청원을 내기도 했다. 송도 8공구는 아파트 밀집 지역으로, 상업·업무시설이 부족하다.

인천시는 인천경제청과 iH 간 협의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 파악해야 한다. 그들의 계획이 공정성과 투명성을 훼손하고 특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판단된다면, 초기에 바로잡아야 한다. 상식과 원칙에 맞게 개발사업 절차를 진행하고 특혜 소지를 차단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