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양평고속도로 백지화 사태가 표면적인 극한 정쟁 양상 속에서도 사업 재개를 위한 고비를 넘고 있는 분위기다. 정부·여당과 야당은 오늘 예정된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사업 백지화의 원인과 책임을 놓고 격렬하게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속 사정은 다른 듯하다. 양측 모두 국책사업 백지화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상당해 출구 전략을 고민하는 모습이다. 국토부는 지난 23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자료 55건을 공개했다. 야당이 제기한 의혹을 국민 검증으로 해소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사업 백지화를 결정한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민주당이 정쟁화를 중단한다면 사업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국토부 공개 자료를 조목조목 비판하고, 국토부 관계자의 "백지화는 충격요법" 발언을 빌미로 정부와 원 장관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국정조사 카드까지 흔드는 등 겉으로는 대정부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그러나 서울~양평 고속도로 원안 재추진 입장엔 변함이 없다.

국토부와 여당은 전문가 의견이 집약된 자료 공개로 수정안 재개 명분을 축적하는 모양새다. 야당은 공세를 강화하면서도 전문가들의 부정적 의견으로 원안 고수 입장이 부담스러운 처지다. 대통령 처가 특혜 의혹으로 시작된 정쟁에 발목을 잡힌 당정과 야당 모두 서로 먼저 발을 빼주길 바라는 처지이다.

주민설명회 재개가 답이다. 국토부는 지난 3일, 5일부터 예정됐던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공람 및 주민설명회를 취소했고, 6일 원 장관은 사업 백지화를 선언했다. 최종안을 공개하고 주민 의견을 수렴하려던 차에 사업은 날벼락을 맞았다. 고속도로를 이용할 주민들의 의견은 완전히 배제된 채, 사업은 정쟁에 오염됐다.

이제 양평 군민들은 야당이 제기한 의혹과 당정의 반박 및 주장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당정과 야당이 20일가량 벌인 정쟁은, 역설적으로 양평 군민이 오직 군민 전체에게 유리한 노선을 편견 없이 선택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양평군민에게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공개하고, 문제가 커진 만큼 주민설명회도 대폭 확대해 최적의 노선을 찾아내면 된다.

주민들이 노선을 선택하면 당정과 야당도 정쟁에서 탈출할 명분을 얻고, 사업은 재개된다. 원래 주민공람과 설명회는 사업 노선 확정을 위한 최종 단계였다. 국토부와 원 장관은 정상적인 사업 추진 절차의 재개로, 정쟁의 뻘밭에 빠진 국책사업을 양평에 되돌려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