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는 지난달 정당현수막 난립을 방지하는 내용의 조례를 전국 처음으로 시행했다. 조례에 따르면 정당현수막은 지정 게시대에만 걸어야 하고 국회의원 선거구별 4개 이하로 제한했다. 또 정책이 아닌 혐오나 비방 내용도 담지 못하도록 했다. 시청과 구청은 조례에 반하는 현수막들에 대한 강제 철거에 나섰다. 하지만 행정안전부는 '상위법에 위임조항이 없어 지방자치법에 위반되는 조례'라며 인천시를 대법원에 제소했다. 광주광역시도 최근 조례를 개정해 정치 현수막을 제한하기로 하고 입법 예고했으나 같은 사유로 제동이 걸린 상태다.
지난해 말 개정된 옥외광고물법은 정당의 자유로운 정치활동을 위해 정당현수막의 경우 수량, 규격, 장소 제한 없이 걸 수 있도록 했다. 법 개정 이후 정당현수막이 도심 곳곳에 무분별하게 설치되면서 안전사고 유발, 도시경관 저해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 게재내용도 상대 정당이나 정부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이나 과장된 표현, 특정 사안에 대한 선동성 문구까지 포함되면서 시민들이 피로감을 호소하는 실정이다.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인 환경권과 각종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을 권리와도 배치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지역마다 민원이 속출하고 지자체들이 반발하는데도 옥외광고물법이 재개정되지 않자 법조인들이 나섰다.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은 내달 초 피해 시민들을 주요 청구인으로 한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하기로 했다. 정당현수막 난립이 시민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보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구체적 행동에 나선 것이다. 법조계는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가 또 다른 기본권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상호 배치되는 권리에 대한 가치가 사법판단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반인과 정치인, 정당 소속 여부에 따라 현수막을 걸 수 있는 권리가 달라지는 등 평등권을 침해하는 요인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옥외광고물법은 극소수 수혜자를 위해 절대다수 국민이 피해를 보는 대표적 악법이다. 정치현수막의 자유를 확대했다고 정치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정치권도 법을 다시 개정해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으나 정당간 이해 관계에 얽혀 진전되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법조인들이 헌법소원에 나선 까닭이다. 헌재의 판단 여부에 상관없이 국민을 피곤하게 하는 악법은 이른 시일에 폐기돼야 한다.
[사설] 정치현수막 걷어내자며 헌법소원 제기한 법조계
입력 2023-07-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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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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