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연천 전철화 사업으로 운행이 중단된 지 4년이 지난 경원선 국철 연천~철원 구간의 재개통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이 구간 내 철도교량공사에 수백억원이 투입되는 행정난맥상이 연출되고 있다.
국가철도공단과 연천군은 경원선 연천~철원 구간 내 철교 설치 및 정비 등을 위해 총 240억원의 사업예산을 책정했다. 이중 공단은 연천~신탄리 사이에 놓인 장거천교를 철거하고 새로 짓는 데 국비 160억원을 투입, 올 하반기에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연천군도 구간 내 낡은 교량 6개를 개선하는 데 군비 86억원을 투입키로 하고, 공단에 위탁해 공사를 진행 중이다.
문제는 이 구간에 다시 열차가 다닐 가능성이 현재로선 희박하다는 점이다. 연천~철원 구간은 동두천~연천 전철화 사업으로 인해 2019년 4월 이후 운행이 중단된 상태다. 운행 중단의 원인이 된 동두천~연천 전철화 사업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어 올 10~11월 개통을 앞두고 있다. 반면 남아있는 국철 구간인 연천~철원 구간의 경우, 국철을 운영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이를 관할하는 국토교통부가 운행 재개에 난색을 표하면서 폐쇄 위기에 처해 있다.
코레일과 국토부는 국철을 달리는 디젤 열차의 사용 연한이 다 된 점을 들어 운행 재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장기적으로 연천~철원 구간까지 전철화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는 있지만, 워낙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국가철도망 계획에 반영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워 현재로선 요원한 상태다.
결국 코레일과 국토부가 사실상 폐선을 검토 중인 구간에, 또 다른 공기업인 국가철도공단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철도교량을 새로 짓겠다는 셈이다. 혈세 낭비 운운에 앞서 이런 중구난방 국책사업이 가능한 일인지 어이가 없다. 교량개축 공사로 인근 주민들이 열차 운행을 확신하는 것도 문제다. 연천~철원 폐선이 확정적이라면 국토부, 코레일, 철도공단, 연천군 등 관계기관 전체가 문책의 대상이 될 중대한 사안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4년 동안 무대책으로 일관한 정부, 마구잡이식 예산집행으로 논란을 자초한 자치단체 및 관계기관은 이제라도 머리를 맞대고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전철화 사업 구간도 아니면서 '열차 없는 철도'를 품어야 했던 국철 구간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사설] 연천~철원 철도에서 궤도이탈한 정부와 공기업
입력 2023-07-3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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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3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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