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가 3일 아침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달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백지화 철회를 촉구한 이후 약 한달 만이다. 지난 7월 경기도 기자회견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반박을 재반박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왜 갑자기 변경안이 등장했는지, 누가 변경을 주도했는지, 어떤 근거와 절차로 변경이 이뤄졌는지 조목조목 반박했다.
기자회견 자체는 기획재정부에서 잔뼈를 키운 공직 경험이 돋보였다는 반응이 많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웬만한 대안은 정쟁 과정에서 모두 제시된 마당에 뒤늦게 기자회견을 가진 점은 실기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힘들다. 김 지사가 지난달 기자회견을 한 이후 한달 가까운 시간 동안 양평 고속도로는 여야 공방의 중심에 놓여있었다. 경기도의 중립적 의견이 가장 절실한 시점이었다. 그런데 김 지사는 말을 아꼈고, 국토부가 제안한 간담회에도 대응하지 않았다. 김 지사 측은 때늦은 기자회견에 대해 해당 사안을 지역의 시각에서 환기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국토부에 대응하기 위해 신중을 기하느라 한 달 만에야 최종 입장을 마련했다고도 한다.
지난 1년간 김 지사의 진정성에 비해 현안에 대한 대응의 속도 조절과 경중 구분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지금 전국은 무량판 공법 아파트로 인한 불안이 심각한 실정이다. 철근 없는 무량판 주차장 LH 아파트는 경기도에 가장 많고, 같은 공법의 민간 아파트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량판 공법 아파트에 거주하는 도민들은 불안한데 도지사는 별말이 없다. 현장을 살피거나 입주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행보도 없었다. 문제가 된 아파트가 경기도청 소관이 아니고,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경기도 아파트를 도에서도 전수 점검하기로 했으니 충분하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1천400만 경기도민은 도지사의 말과 행동에서 도정을 체감한다.
도지사의 입과 발이 가벼워선 안 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신중해 실기해서도 안 된다. '잠룡'인 김 지사의 정책과 메시지가 기대만큼 파급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도 콘텐츠의 문제라기 보다는 현안의 경중과 대응 속도 사이의 엇박자 때문이다. 속출하는 현안에 적시에 대응하는 기민함이 아쉽다. 필요할 때 보이지 않고 한발씩 늦게 등장하면 메시지는 효용을 잃는다. 요란한 비가 그친 후에 우산을 내밀어 봐야 눈총만 받는다.
[사설] 현안의 경중과 대응이 엇박자인 도지사 메시지
입력 2023-08-03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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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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