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3일 노인 폄훼 발언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논란 4일만에 "어르신들 마음을 상하게 한 점에 대해 더욱 정중히 사과드린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김 위원장의 공식 사과로 논란의 확산은 수그러들지 모르나 당 안팎에서 부는 후폭풍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이다. 당장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선이 많다. 논란이 일어난 지 4일이나 지난 시점에서 이뤄졌다. 그동안 변명에 가까운 발언을 내놓다가 논란이 급속히 확산되자 서둘러 공식 사과문을 발표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하루전 만해도 "상처를 드렸다면 노여움을 좀 푸셨으면 좋겠다"는 식의 어정쩡한 해명으로 사태를 키웠다. 그런데 사과문에도 볼멘 어조가 역력한 데다 사과 내용도 충분치 않아 보인다. 이번 노인 비하 논란은 김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에서 열린 청년좌담회에서 "자기 나이로부터 여명까지 비례적으로 투표하는 것이 매우 합리적"이라고 한 발언에서 비롯되었다. 기대 여명대로 투표권을 부여하고 기대여명이 적은 노인과 고령자들에게는 투표권을 줄여야 한다는 인식, 그런 인식을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태도를 드러낸 것이다.

같은 당 양이원영 의원은 김 위원장의 발언을 두둔하며 노인을 "미래에 살아 있지도 않을 사람들" 운운하며 사태를 키우는 대목을 보면 인권의식이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민주당 구성원들이 특정세대에 상처를 주는 언행을 삼갈 것이라며 진화에 나선 원내대표도 그저 말조심하겠다는 수준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합리성은커녕 최소한의 논리성도 결여된 표현이며 고령자와 노인세대에 대한 모욕 수준의 차별이 깔려 있는 데다가 세대갈등까지 부추기는 망언이었다.

사과는 피해자의 마음을 돌리고 용서를 구하는 과정이다. 잘못을 알았으면 신속히 사과해야 한다. 사과의 대상과 내용이 분명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사과는 여러모로 개운치 않다. 사과는 진심을 담아야 하며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17대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노인 폄훼 발언 이래 논란이 몇 번째인가. 그때마다 당이 사과하는 소동을 벌였지만 이번에도 반복됐다. '말로만' 사과였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설화로 민주당 혁신위가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민주당 혁신은 지지와 반대층을 구분해 노골적으로 차별하는 반민주적 인식을 혁파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