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스카우트연맹이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조기 철수를 결정하면서 이 대회 참가자의 분산 이동이 시작됐다. 세계 150여개국의 청소년 3만명 가량이 전국 각지에서 남은 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이미 영국 대표단을 비롯해 멕시코, 벨기에, 아이슬란드 참가 인원의 인천 체류가 확정됐다. 호텔 숙박비는 인천시가 예비비 등으로 지원했다. 미국 대표단은 경기도 평택시의 주한미군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에 짐을 풀었다. 인천에는 27개국 3천여명이, 경기 지역에는 35개국에서 5천명 이상이 머물 예정이다.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는 애초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 대회 조직위원회의 '사전 준비 부족'과 '미숙한 운영'에 태풍이 북상하는 '불운'까지 겹쳤다. 그 원인을 정확하게 따지고 책임을 묻는 일만큼 중요한 게 또 있다. 세계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본국에 돌아가는 날까지 남은 기간 머물 곳을 연계해 주고, 의료진을 파견하고, 안전하게 체류하는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새만금에서 퇴영한 스카우트 대원은 주로 10대 청소년이고 이들 중 다수가 오랜 시간 한국 방문의 기대를 품어왔고 많은 비용을 들여 찾아온 점을 염두에 두고 손님맞이를 준비하면 된다.

인천시와 경기도는 이번 손님맞이를 '도시 이미지 제고'의 계기로 삼아도 충분하다. 세계 각국 청소년을 상대로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얻게 됐다. 인천·경기 지역에는 선사시대 유적에서부터 미래 도시의 꿈이 담긴 공간까지 다채로운 체험 현장이 곳곳에 있다. 인천시가 첫 탐방 프로그램으로 희망자에 한해 '송도 G타워~세계문자박물관~을왕리해수욕장' 일정을 소화했고, 경기도는 비무장지대(DMZ) 생태·평화·역사 체험 행사 등을 검토하고 있다.

새만금 잼버리 대회는 조기 철수로 빛이 바랬지만, 타 지역 행사의 위기를 수수방관하지 않고 지원하려고 한 기관·기업이 많았다. 새만금 야영지를 떠나 흩어진 스카우트 대원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끊이지 않고 지속된다. 잼버리가 아닌 도심 관광·호캉스로 변질됐다는 비난은 현 상황에서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잼버리 대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스카우트 대원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고, 이들이 각자 머물렀던 도시에서 '환대의 추억'을 안고 돌아가게 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