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국행 단체여행을 허용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해 3년 넘게 개점 휴업 상태였던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이 지난 12일 첫 여객을 맞이했다. 이날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은 칭다오에서 온 중국인 여객들로 인해 처음으로 활기를 띠었다. 중국이 최근 자국민의 해외단체여행이 가능한 국가로 한국 포함 78개국을 추가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중국인이 한국 단체관광에 나선 것은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6년여 만이다.

중국인들의 한국 단체관광 재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를 반영하듯 코로나 19로 타격을 입었던 관광업계를 중심으로 '유커(중국인 관광객)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각 자치단체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인천시와 인천관광공사는 웰니스·의료·기업 인센티브 관광 등 특수한 목적을 갖고 입국하는 중국 관광객 유치에 주력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경기관광공사는 '중국 여행사 초청 팸투어', '중국 핵심여행사와 연계한 방문상품 개발'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유커의 재등장에 한국 사회가 내수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고무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보다 냉정하고 차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지정학적으로 한국은 긴장과 완화를 반복하는 미·중 관계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 또한 상당 기간 냉탕과 온탕을 오갈 전망이다. 언제 또 유커의 발길이 끊길지 모를 일이다. 따라서 '위기'와 '기회'라는 두가지 경우의 수를 전제로, 각 상황에 특화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이 장기 저성장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큰손'으로 통하던 유커들의 씀씀이가 예전만 못할 수도 있다. 그들의 소비 트렌드를 면밀히 분석, 소비만족도를 높일 다양한 관광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국의 규제 완화가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일본이나 동남아 국가들 또한 유커 유치에 공을 들일 게 뻔하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찾고 싶은 한국'으로서 이미지를 구축하지 않는 한 유커 특수는 요원하다. 인프라를 확충하고 불편 사항을 개선하는 등 관광경쟁력 확보가 급선무인 이유다. 그렇잖아도 새만금 잼버리로 인해 한국의 이미지가 많이 실추된 터이다. 'K-관광'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민관이 손을 맞잡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