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15일 오후 2시께 안산시 중앙동의 한 고깃집에서 소주와 맥주를 2천원에 판매하고 있는 모습. 2024.2.15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

안산시 중앙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박모(60)씨는 소주와 맥주를 지난달부터 2천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5천원에 팔았지만 나날이 술값이 오르자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내린 ‘결단’이었다. 곧바로 반응이 나타나진 않았지만 슬슬 입소문을 타더니 손님이 늘기 시작했다. 특히 소맥을 4천원에 즐길 수 있다 보니, 신년 회식 수요를 확실히 잡을 수 있었다. 주류 판매에 따른 이윤은 포기하다시피 했지만, 술값이 저렴하니 그만큼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져 음식 주문량이 늘어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는 게 박씨 설명이다.

박씨는 “경기가 어렵고 술값이 비싸지니까, 식당에 오는 손님들이 술을 적게 마시더라. 그러다 보니 고기도 조금 먹는 것 같았다. 그래서 분석해보니 2천원에 판매하면 효과가 있을 것 같았다”며 “주류에서 내는 이윤은 없지만 손님들이 더 많이 찾아오고 음식을 더 시키니, 그에 따른 이윤이 나고 있다”고 밝혔다.

수원시 세류동에서 실내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A(25)씨도 비슷했다. A씨는 지난달까지 소주와 맥주를 3천원에 판매했다. 지난해 하반기 식당을 개점하면서 손님을 끌어모으기 위한 전략이었다. 주류를 3천원에 판매해 이윤은 1천원 정도에 불과했지만, 손님들이 가격대가 더 비싼 안주를 추가로 주문해 수익을 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소주와 맥주의 외식 물가 상승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소맥 1만2천원 시대’가 현실로 다가온 가운데 오히려 소주와 맥주를 2천원, 3천원에 낮춰 판매하는 식당들이 나타나고 있다. 술값을 낮춤으로써 소비자 확대에 따른 수익을 노린 것인데, 고물가 속 움츠러든 외식 소비 심리를 역이용하는 ‘틈새 전략’을 펼친 셈이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식당 등에서 판매하는 소주 물가 상승률은 7.3%였다. 2016년(11.7%)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소매점 등에서 판매되는 소주의 물가 상승률(2.6%)의 2.8배에 달하는 수준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식당 등에서 판매하는 맥주 물가도 전년 대비 6.9% 올랐다. 이는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9.7%) 이후 25년 만의 최고치다. 대형마트·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맥주 물가 상승률(2.4%)과 비교하면 2.9배 높다. 주류업체의 출고가 인상이 영향을 미쳤다. 이에 실제 지난해 경기도내 식당들은 대체로 주류 가격을 500~1천원 인상했다. 현재 식당에서의 소주·맥주 가격대는 기본 5천원, 비싸면 6천원선으로 형성돼 있다.

‘소맥 1만2천원’ 시대가 도래했지만 역으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주류를 판매하면서 ‘틈새 시장’을 노리는 식당들도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실제 전 지점이 소주와 맥주를 2천원에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 ‘마장동 고기집’은 지난해부터 급격히 점포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 동안 38개 점포가 개점했다. 이날 기준 전국 점포 수는 86개, 경기도 점포 수는 19개다.

마장동 고기집 관계자는 “서민들이 외식하는 데 최대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주류 가격을 2천원으로 책정했다. 점포 수는 현재 허용할 수 있는 양을 약간 초과한 상태인데 창업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일선 식당들에게 주류 가격을 2천원으로 낮추는 것은 ‘큰 결단’일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대폭 상승한 인건비, 임대료, 전기·가스 요금 등으로 이윤을 남기지 않고 주류를 판매하는 것은 도무지 어렵다는 게 요식업계 설명이다. 수원시에서 주류를 5천원에 판매하는 한 식당 주인은 “전기 요금이 올라 주류 보관비도 만만치 않다”며 “주류 가격을 내리면 음식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손님들 발길이 끊길 수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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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2시께 안산시 중앙동의 한 고깃집에서 소주와 맥주를 2천원에 판매하고 있는 모습. 2024.2.15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