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위험 큰 소형가전 별도공간 없어

타는 냄새나면 일 멈추고 상황 살필뿐

1톤 고철 20~30명씩 가져와 정체불명

경기도 폐가전제품 무상수거 정책 확대

지난달 30일 불이 난 오산시 갈곶동의 고물상에 화재 원인으로 꼽히는 리튬 전지가 있다. 30여년 간 고물상을 운영한 박모씨는 “전기차가 처음 나왔을 때 차량 배터리가 불이 날 위험이 크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확인하기 위해 펜치 등으로 치며 압력을 가했는데 실제 스파크가 일었었다”고 말했다. 2025.5.2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지난달 30일 불이 난 오산시 갈곶동의 고물상에 화재 원인으로 꼽히는 리튬 전지가 있다. 30여년 간 고물상을 운영한 박모씨는 “전기차가 처음 나왔을 때 차량 배터리가 불이 날 위험이 크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확인하기 위해 펜치 등으로 치며 압력을 가했는데 실제 스파크가 일었었다”고 말했다. 2025.5.2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자원순환시설 내 화재 원인으로 리튬전지 등의 자체 발화가 꼽히는 가운데, 부천 등 대규모 자원순환시설은 화재 위험성 큰 소형가전을 별도로 보관하는 등 피해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 나섰지만, 소규모 고물상은 공간 충분치 않은 데다 다양한 물품이 들어와 화재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4시20분께 오산시 갈곶동의 한 고물상에서 불이 나 5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같은 날 1시간여 뒤에는 화성시 장안면의 플라스틱 재활용 업체에서 불이 나 4시간여 만에 잡히기도 했다. 자원순환시설 내 화재는 규모와 무관하게 발생한다. 지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도내 자원순환시설에서 매년 60건 내외의 화재가 발생했는데, 앞서 고물상 등 소규모 자원순환시설에서 불이 난 것과 달리 지난달 초에는 부천시 대장동에 있는 부천시자원순환센터에서 나흘 만에 재차 불(4월9일자 7면 보도)이 나기도 했다.

건조한 날씨속 ‘자원순환센터’ 대형화재 불씨 될라

건조한 날씨속 ‘자원순환센터’ 대형화재 불씨 될라

대 조모씨는 “불길이 선별장 천장까지 치솟았었다”며 “소각장 등 센터 내 다른 건물까지 불이 옮겨 붙을까 조마조마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불은 지난 7일 새벽 시간대 재활용 선별장 내 소형 가전제품을 분류해 놓은 공간에서 발생했다. 앞서 지난
https://www.kyeongin.com/article/1735483
지난달 30일 불이 난 오산시 갈곶동의 고물상에서 일하는 한 직원이 1t 차량에 실려 온 고물을 살펴보고 있다. 2025.5.2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지난달 30일 불이 난 오산시 갈곶동의 고물상에서 일하는 한 직원이 1t 차량에 실려 온 고물을 살펴보고 있다. 2025.5.2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자원순환시설 내 화재는 소형가전 등에 들어있던 리튬전지가 압력을 받으면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차적으로 재활용 수거 차량에서부터 폐기물에 압력이 가해지는데, 센터 내에서 압축된 폐기물을 옮기기 위해 롤러로 미는 과정에서 재차 압력이 가해지고, 집게차로 집으면서 또 다시 압력이 가해지는 등 일련의 압축 과정에서 불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도내 한 자원순환센터에서 일하는 김모씨는 “센터 내에서 불이 나는 건 일상”이라며 “119를 부르지 않고 자체적으로 불을 끄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이어 “한창 재활용을 선별하다가도 고무 타는 등의 냄새가 나면 직원들 모두 일을 멈추고 긴장한 채 상황을 살피는 게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

이에 시에서 소유하는 자원순환센터의 경우 화재 위험성이 높은 소형가전을 시설 밖 야외 공간에 별도로 보관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부천시 관계자는 “위탁업체와 협의해 소형가전을 두는 지점을 시설 외부로 아예 분리했다”며 “본래 일주일에 한 차례 진행되던 소형가전 반출 기간을 단축하는 것도 추가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두 차례 불이 났던 부천시자원순환센터에 리튬전지가 들어있는 소형가전을 별도로 보관하기 위한 공간이 야외에 마련됐다. 2024.4.8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지난달 두 차례 불이 났던 부천시자원순환센터에 리튬전지가 들어있는 소형가전을 별도로 보관하기 위한 공간이 야외에 마련됐다. 2024.4.8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그러나 이른바 ‘고물상’으로 불리는 소규모 자원순환센터의 경우 시설 내부로 들어오는 물품이 다양한 데다 공간도 비좁은 경우가 많아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최근 불이 난 오산시의 고물상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대부분 건설현장 등에서 대규모로 고물이 들어와 취급 물품이 맞는지 한눈에 파악이 된다”면서도 “1톤 차량 등을 통해 길바닥의 고철 등을 갖고 오는 분들이 하루에 20~30명 정도가 있는데, 흩어진 걸 주워오다 보니 정체불명의 것들이 섞여 들어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는 지난해부터 폐전자제품 수거업체 ‘E-순환거버넌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소형 폐가전제품을 개수와 무관하게 무상 수거할 수 있는 정책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