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옆 부대 안 위치 ‘문화재 개방’ 약속불구

올해 관련행사 시행안해 22일 항의시위 예고

군 “소통·협의중… 주민 무시 사실아냐” 해명

평택시 포승읍 원정리 주민들과 ‘괴태곶봉수대되찾기&안전대책시민운동본부’가 최근 해군2함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괴태곶 봉수대’ 개방을 촉구하고 있다. 2025.5.9 평택/김종호기자 kikjh@kyeongin.com
평택시 포승읍 원정리 주민들과 ‘괴태곶봉수대되찾기&안전대책시민운동본부’가 최근 해군2함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괴태곶 봉수대’ 개방을 촉구하고 있다. 2025.5.9 평택/김종호기자 kikjh@kyeongin.com

“이제 소통과 상생은 사라지고 철조망만 남았습니다.”

평택시 포승읍 원정리 주민들과 ‘괴태곶 봉수대 되찾기&안전대책시민운동본부’가 시 향토사적 1호이자 국가문화재 사적인 ‘괴태곶 봉수대’ 개방을 놓고 해군 2함대와 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11일 포승읍 원정리 주민들은 해군 2함대가 1990년대 말 국가 안보를 이유로 원정 7리 등 390만㎡가 넘는 땅을 수용하면서 마을 바로 옆 부대 안에 위치한 괴태곶 봉수대 자유 출입을 약속한 바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육지의 끄트머리를 가리키는 ‘곶’의 안에 위치한 괴태곶 봉수대는 서해 남양만과 아산만의 바닷물을 아울러 바라볼 수 있어 고려 및 조선시대 때 충청과 경기를 잇는 연계 봉수대로 활약한 바 있다.

이와관련 해군 2함대 입주 후에도 매년 괴태곶 봉수대에 시민들을 초청, 해맞이 행사와 ‘봉수 재현식’ 등 문화 행사를 개최하면서 평택의 역사와 문화재를 알려왔지만 올해들어 이같은 개방 약속·관련행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주민들은 “그동안 2함대 부사령관, 부대 인근 수도사 주지 스님, 평택시 부시장 등이 참여하는 상생협의체를 통해 민군 갈등을 해결해 왔지만 지금은 상생은 없고 갈등만 발생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주민들은 괴태곶 봉수대 출입이 자유롭지 않는 등 해군 2함대가 약속한 소통·상생을 거부하거나 축소해 오는 22일 대규모 항의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밝혀 부대 주변에 긴장감마저 돌고 있다.

이에 대해 해군 2함대 측은 “군사 보안 및 부대 여건을 고려해 봉수로 진입로(안)을 제시하고 시와 시민단체, 주민들과 상호 소통하는 등 협조 중”이라며 “대화 회피, 주민 무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주민·시민단체들은 부대와 인접한 원정7리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격장 소음 및 화약 냄새 등에 따른 생활불편, 환경 피해 등을 해군 2함대에 항의할 계획이어서 양측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평택/김종호기자 kikjh@kyeongin.com